한방이 승패 가른다 ‘거포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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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MVP’ NC 박석민… ‘KS 데뷔전’ 두산 4번타자 김재환

NC 박석민
NC 박석민
 “잘하면 영웅이 되는 거고, 못하면 그냥 욕먹으면 된다. 큰 경기일수록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가야 된다.”

 
25일 NC의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를 이끌며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박석민(33)이 한 말이다. 정규시즌 2위 팀 NC는 이날 LG를 꺾고 3승 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첫 판에서 탈락했던 NC는 3시즌 만에 포스트시즌의 첫 관문을 넘었다.

 올해 초 4년간 최대 96억 원을 받고 삼성에서 이적한 박석민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2005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뛰며 우승 반지 5개를 모았다. 그런 풍부한 경험이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박석민은 2차전에서 7회 결승 2점 홈런을 쏘아 올린 데 이어 4차전에서도 7회 결승 홈런을 때렸다. NC는 실력뿐 아니라 경험도 고려해 박석민에게 통 큰 투자를 했었다.

  ‘박석민 효과’는 서서히 팀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NC 포수 김태군은 “(박)석민이 형은 포스트시즌에도 정규시즌과 똑같이 준비하더라. 어린 선수들이 석민이형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굉장히 의아해했다. 그리고 금방 석민이 형이 맞는 것이라고 느꼈다. 석민이 형이 우리 팀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3년째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 스스로도 경험의 가치를 몸으로 깨치기 시작했다. 투수 원종현은 “2년 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LG 팬들이 부르는 응원가 가사가 들리더라. ‘아, 이런 게 바로 경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플레이오프 때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한 톱타자 박민우도 “정신적으로는 예전처럼 긴장했는데 이번에는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더 좋아질 것 같다”고 했다.

 야구인들은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큰 경기를 해 본 선수들이 어떻게경기를 이끌어 가야 할지를 안다는 뜻이다. 창단 후 첫 우승에 도전하는 NC와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두산의 한국시리즈는 29일 시작된다.
 

 

▼ ‘KS 데뷔전’ 두산 4번타자 김재환 ▼

두산 김재환
두산 김재환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의 포수 로베르토 페레스(28)는 26일 자신의 생애 첫 월드시리즈 경기에서 홈런 2개를 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전 페레스가 품었을 막연함과 떨림은 바다 건너 동갑내기 두산 김재환(28)도 마찬가지로 느낄 감정이다. 두산의 4번 타자 김재환 또한 29일 한국시리즈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다.

 2008년 데뷔한 김재환은 지난해까지 여섯 시즌(상무에서 뛰던 2009, 2010시즌 제외)을 두산에서 뛰었지만 포스트시즌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2년 준플레이오프 때 1타석에 들어서 안타 없이 물러난 게 가을야구 경험의 전부다. 김재환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현수(28·현 볼티모어), 같은 왼손 거포인 오재일(30)에게 밀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 시즌 역대 최고의 개인 성적을 올렸지만 김재환의 한국시리즈 활약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그러나 페레스의 활약에서 보듯 단기전 승부에서 ‘경험=실력’의 등식이 항상 성립하는 건 아니다.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김재환에게 관중의 응원 열기는 낯설지 않아 부담감이 덜할 수 있다. 김재환도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 않아서인지 긴장은 없다. 팀에 가을야구를 경험한 동료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김재환은 NC를 상대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김재환이 올해 NC와의 13경기에서 기록한 타율(0.347)은 시즌 전체 타율(0.325)을 앞선다. 특히 1차전 선발이 유력한 스튜어트를 상대로는 8타수 4안타(타율 0.500) 홈런 1개로 강했다.

 그러나 정작 김재환은 “NC는 마운드가 워낙 좋은 팀이어서 수시로 영상을 챙겨 보고, 타석에 들어섰다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막판 떨어졌던 타격감을 되찾기 위해 최근 일본 훈련에서는 밸런스를 잡는 데 집중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랬듯 팽팽한 투수전의 균형을 순식간에 깨뜨리는 건 홈런 한 방이다. 두산 타선에서 홈런을 기대한다면 정규시즌 홈런 3위(37개)인 김재환이 적격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재환#박석민#플레이오프#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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