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臨政 법통 훼손안해”… ‘건국절 논리수용’ 주장 반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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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1948년 대한민국 수립”]11월말 공개… 역사전쟁 재점화

 지난해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의 국정화 방침이 정해진 이후 한국 사회는 국정화 찬반으로 나뉘어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한 달 뒤 국정교과서의 내용이 공개되면 일부 내용의 서술과 표현을 두고 다시 한 번 뜨거운 ‘역사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 1948년에 대한민국 수립? 정부 수립?

 국정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대부분 현대사(1945년 이후) 부분에 집중돼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건국 시기’와 관련된 내용이 어떻게 쓰였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대한민국의 건국이 언제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뤄졌는지는 국가 정통성 논란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1948년 5월 10일 총선거가 실시되고, 그해 7월 17일 헌법 제정에 이어 8월 15일 정부 수립이 선포되는 과정을 보는 시각이 좌우 진영에서 크게 다르다는 게 문제다.

 보수 진영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합법적인 정부를 세운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1948년 8월 15일이 단순히 정부 수립일로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국민 영토 주권 등 국가의 3요소가 완전히 갖춰져 진정한 국가로 출발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1948년을 ‘정부 수립’으로만 표현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명백한 국가라는 의미를 축소하는 것으로 여긴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1948년을 외세가 개입해 민족이 분단된 불완전한 출발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1919년 임시정부가 수립될 때 대한민국이 이미 건국된 것이며 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1948년을 건국으로 보는 것은 임시정부와 항일운동의 의미를 폄훼하는 것이고, 이는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행적을 감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진보 진영은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하는 것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삼자는 ‘건국절’을 주장하는 뉴라이트의 사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와 역사 교과서 집필진은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이 뉴라이트 사관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좌우를 절충한 중립적 표현이라는 주장이다.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의미도 존중하고 1948년 수립된 정부의 의미도 훼손하지 않기 위한 중도적 표현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건국절을 주장한 적도 없고, 건국절 주장이 국민적 합의를 얻기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국정교과서에는 기존보다 임시정부에 대한 서술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과서가 공개되면 이 표현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2월 초 공개적인 토론회를 열어 대한민국 건국 과정과 관련한 서술에 대해 학술적 근거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 이승만·박정희 재평가도 논란 대상

 국정 역사 교과서가 친일, 독재를 미화할 우려 때문에 반대가 높았던 만큼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술도 역사 교과서의 쟁점 중 하나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서 유신 독재 등을 미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 교과서에는 1961년 5월 16일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군인들이 정변을 일으킨 사건을 ‘혁명’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 1972년 10월에 선포된 유신체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다가 1990년대 이후에야 부정적으로 서술하기 시작했다.

 이번 국정교과서에서 5·16은 ‘군사정변’으로 기술해 기존 검정 교과서의 용어에서 바뀌지 않는다. 다만 공과(功過)를 충분히 설명한다는 방침에 따라 정치적 측면에서는 부정적 측면의 기술이 많겠지만 박 전 대통령 집권 시절 한국의 고속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담는 상세한 서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존의 일부 검정 교과서는 서술 분량이 매우 적고, 그마저도 장기 독재나 부정선거 등 부정적인 내용 위주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외교활동을 통해 펼친 독립운동 등의 노력이나 정부 수립 과정 및 그 이후의 역할 등에 대한 서술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현대사 중 지나치게 최근의 사건이어서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경우에는 역사적 평가를 하지 않고 사건을 설명하는 수준으로 서술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왕검성(王儉城·고조선의 도읍지)이나 한사군(漢四郡·한나라가 고조선에 설치한 4개의 군현)의 위치를 두고도 교과서의 서술에 따라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또 정부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상고사, 고대사를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이 단원의 기술이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여겨질 수 있어 주변국과의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역사 교과서는 수정·보완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 시대별 분량이나 남북국시대 등의 표현을 사용할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국민과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 학생들이 배우기에 적합한 교과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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