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판 경계면 아니라 다행?… ‘불의 고리’ 밖 지진피해 더 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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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판 내부 지진

 1976년 중국 허베이 성 탕산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당시 공업도시인 탕산은 쑥대밭이 됐다. 정부 공식 발표로 사망자만 24만2769명.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65만5000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80만 명에 이르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주택의 94%가 붕괴했다.

 탕산 지진은 20세기 최대 규모의 피해를 일으켰다는 점 외에도 판의 경계면에서 한참 벗어난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았다. 큰 지진이 잘 안 일어나는 곳이어서 피해가 컸다.

 지구의 표면은 100km 두께의 단단한 암석층인 15개의 판으로 이뤄져 있다. 각 판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1년에 수∼수십 cm씩 움직이는데, 일본 열도처럼 판과 판이 만나는 지역에서 전체 지진의 98% 이상이 발생한다. 특히 태평양 판의 경계면인 ‘불의 고리’에서 초대형 지진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조사한 자료는 ‘판의 경계면 못지않게 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지진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준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1900년부터 2014년까지 일어난 전 세계 지진의 사망자 수를 홈페이지에 집계하고 있는데, 상위 7대 지진 중 4개는 판 경계면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일어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인구 밀집지역 가깝고 진원 얕아 피해 커


 규모 7.0 정도에 불과한 판 내부지진이 규모 8.0 이상의 판 경계지진보다도 더 큰 사망자를 불러온 까닭은 인구 밀집지역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대부분 바다에서 발생하는 판 경계지진에 비해 판 내부지진은 육지에서 발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진원(지진이 일어난 위치)의 깊이가 얕은 점도 피해를 키웠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판 내부지진은 지표면에서 5∼25km 깊이에 불과한 비교적 얕은 곳에서 발생하는 반면 판 경계지진은 최대 700km에 이를 정도로 깊은 곳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 예로 8월 24일 이탈리아 중부 노르차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6.2에 불과했지만 진원의 깊이가 5km로 얕아 29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판 내부지역은 판 경계지진에 비해 지진 빈도가 낮다 보니 대비도 취약하다. 특히 평상시 지진이 적다 보니 건축물 내진설계가 제대로 안 돼 있어 피해가 커진 경우가 많다.

○경주 지진에 수직진동 있었다


 일반적으로 판 내부지진에 비해 판 경계지진의 파괴력이 크다. 땅이 위아래로 흔들리기 때문이다. 지층이 압축되면서 밀려 올라가는 역단층이나, 양쪽으로 잡아당겨지면서 단차가 생기는 정단층 형태의 지진이 대부분이다. 이런 지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처럼 거대한 지진해일(쓰나미)을 일으키기도 한다.

 반면 판 내부지진은 주로 주향이동단층에서 일어난다. 지각이 땅속에서 수평 방향으로 어긋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지진 규모도 작다. 이번 경주 지진을 비롯해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진은 대부분 주향이동단층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주향이동단층에서도 땅이 수직으로 움직일 수 있다. 1995년 일본 고베의 주향이동단층에서 규모 6.9 지진이 발생했는데, 내진설계가 잘된 일본에서도 60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베 지진은 주향이동단층이었지만 10도가량 수직성분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 때문에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경주 지진도 수평이동 성격이 강했지만 10∼12도 정도의 작은 수직 성분이 포함돼 있었다”며 “단층을 수직 이동시킨 힘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연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지진#경주#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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