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10개大총장, 후기 졸업식 축사 키워드 보니… “불확실한 미래, 실패해도 도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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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청년실업 절망감 겨냥 “패배 극복하는 인내-지혜를” 격려
알파고 인공지능-융합-창의도 강조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고 실패하라!”

올여름 주요 대학 총장들이 졸업생들에게 던진 화두다. 동아일보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홍익대(가나다순) 등 이달 졸업식을 연 서울 주요 대학 10곳의 총장 졸업식 축사를 분석한 결과다. 축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도전(44번), 미래(36번), 실패·패배(30번), 창의·창조(19번) 순이었다. 특이한 것은 축사의 단골 키워드였던 ‘미래’가 ‘불확실함’으로 연결되는 반면 ‘실패’를 ‘도전의 시작’이라는 맥락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총장들 역시 대졸 취업률이 60%대에 머무는 시대에 청년세대의 고민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저성장과 높은 청년실업률, 빈부격차로 인해 여러분 세대에게는 ‘노력해도 안 된다’는 절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의 미래에 관해서도 경쟁(7번), 불확실(6번), 난관(4번) 등 부정적인 키워드가 많이 언급됐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축사에서 “여러분이 헤쳐 나가야 할 미래에는 불확실성과 난관도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도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총장들은 시행착오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실패를 극복하는 인내와 지혜를 터득하라”면서 “실패하지 않는 것보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일부 총장은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로부터 융합(9번)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찾아내기도 했다.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은 “머지않은 장래에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융합이 결국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간다”고 말했다. 김영환 홍익대 총장도 융합적 능력을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과거 “꿈과 미래를 품으라”는 식의 축사보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편이지만 졸업생들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했다. 이달 한 사립대를 졸업한 정모 씨(23·여)는 “취업에서 매번 낙방하는 것부터가 실패의 연속인데 ‘도전하라’는 말이 와닿진 않는다”고 말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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