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폭염 꺾였다고 만만히 보면 큰일 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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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초입 식중독 예방법

24일 서울 은평구 선정고 급식소를 방문한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은평구 직원들이 식품 보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교육부는 지난주 초 전국 곳곳에서 학교 급식 집단 식중독 사태가 터지자 29일 시작할 예정이던 합동 위생 점검을 24일부터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4일 서울 은평구 선정고 급식소를 방문한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은평구 직원들이 식품 보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교육부는 지난주 초 전국 곳곳에서 학교 급식 집단 식중독 사태가 터지자 29일 시작할 예정이던 합동 위생 점검을 24일부터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날씨가 선선해졌으니까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주부 이혜란 씨(35)는 학교급식 집단 식중독 사태와 15년 만에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지난주 내내 매일 귀가한 아들에게 급식 메뉴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워낙 더운 날씨 탓에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급식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폭염이 꺾였다고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말한다.

○ 식중독 사계절 조심해야


식중독은 여름철에만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식중독은 세균, 기생충, 독소, 화학물질, 바이러스 등에 오염된 식품을 먹을 때 생기는 질환이다. 원인에 따라 크게 세균성과 바이러스성으로 나뉜다. 병원성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등 세균에 의한 식중독은 주로 여름철에 생긴다. 식중독균은 신체 온도인 36도 내외에서 가장 증식이 활발하다.

하지만 노로 바이러스, 로타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겨울철에는 바이러스성 식중독이 자주 발생한다. 이 중 노로 바이러스는 겨울철 식중독을 일으키는 단골손님이다. 영하 20도 이상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3∼2015년 3년간 월별 평균 식중독 발생 현황을 보면 2월을 제외하면 매월 20∼30건의 식중독이 발생하고 있다. 발생 건수로만 보면 가장 무더운 8월(29.7건)보다 12월(32건)이 더 많았다.

요즘처럼 더위가 끝나가는 초가을도 주의해야 한다. 아침과 저녁에는 서늘하지만 낮 최고기온은 30도에 육박하는 지역이 여전히 적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9월이면 날씨가 선선해지다보니 여름철보다 식품 관리에 소홀해지면서 식중독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9월에도 낮 기온은 높게 올라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해동은 먹기 하루 전 냉장실에서

냉장고에 보관한 식품이라고 식중독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식중독균은 5도 이하인 냉장실에서도 서서히 증식한다. 또 신선한 식품일지라도 냉장고에 있는 다른 식품에서 세균을 옮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다른 식품과 닿지 않도록 모든 식품은 밀폐용기에 보관하는 게 좋다.

냉동 보관해도 안심할 수 없다. 영하 18도 이하인 냉동실에 보관해도 세균은 죽지 않는다. 단지 활동이 멈춰있을 뿐이다. 냉동식품을 해동한다고 오랫동안 실온에 두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해동하면 언제든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음 날 먹을 식품을 하루 전에 냉장실로 옮겨놓는 냉장 해동이 가장 안전한 해동법이다. 그럴 시간이 부족하다면 전자레인지 해동을 추천한다. 어패류를 흐르는 물에 해동할 때에는 찬물에서 4시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너무 오래 담가두거나 온수를 쓰거나, 상온에 그대로 놓아둘 경우 세균이 증식할 수 있다.

조리 과정에서도 주의해야 한다. 육류나 어패류는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육류는 안쪽 온도가 75도(어패류는 85도 이상)가 될 때까지 가열해야 한다. 손질할 때 다른 식품이나 조리 도구에 세균이 튈 수 있기 때문에 개수대로부터 반경 70cm 범위에는 다른 식품이나 조리 도구를 두지 않는 게 좋다.

○ 함부로 지사제 복용은 금물

식중독 증상과 잠복기간은 원인균 등에 따라 다르다. 황색포도상구균에 오염된 식품을 먹으면 6시간 안에 구토나 설사가 나타난다. 병원성 대장균은 16시간가량 잠복기를 지나 설사를 유발한다.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 잠복기는 1, 2일가량이다.

식중독에 걸려도 건강한 성인이라면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기만 해도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성인, 소아나 노인은 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좋다.

설사를 멈추기 위해 함부로 지사제를 복용하는 건 피해야 한다. 설사 자체가 장내 식중독균이나 독소를 배출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 작용이기 때문에 지사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더 오래갈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무엇보다 깨끗한 손 씻기를 철저히 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구입 후에는 최대한 빨리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식중독균#가을초입#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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