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시키려는 힘을 심판하자” 트럼프 14차례 맹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힐러리, 美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
필라델피아 전당대회 마지막 날

이승헌 특파원
이승헌 특파원
“미국은 다시 한 번 심판의 순간(moment of reckoning)에 놓여 있다. 강력한 힘들이 우리를 떼어 놓으려 하고 있으며 신뢰와 존중의 유대가 닳아 해어지고 있다.”

딸 첼시의 소개를 받고 연단에 오른 힐러리 클린턴은 5만여 명의 지지자들의 환호에 감정이 북받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양쪽 눈은 그렁그렁했다. 잠시 자세를 고쳐 잡은 뒤 클린턴은 미국의 정신을 강조했다.

28일(현지 시간) 미 역사상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선 후보로서 한 55분간의 수락 연설에서 클린턴은 도널드 트럼프 등장 이후 확산되고 있는 미국 사회의 갈등과 난관을 뚫고 “모든 이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출신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오직 두려움을 갖는 것 그 자체”라며 “미국은 희망과 용기의 나라다. 나와 함께 미국을 고쳐 더 위대한 나라로 만들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이름을 14차례나 거론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는 (밝은) ‘아침의 미국’에서 (어둠이 가득한) ‘자정의 미국’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아침의 미국’은 1984년 재선 도전에 나선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로 트럼프가 공화당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 명인 레이건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클린턴은 이어 ‘아메리카니즘’을 내세운 트럼프가 “내가 미국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한 것을 겨냥해 “누군가 ‘혼자 고칠 수 있다’라고 말한다면 믿지 마라. 우리는 함께하고 고칠 때 더 강해진다”라고 밝혔다. ‘나 홀로, 미국 우선’을 외친 트럼프에게 ‘우리 함께, 동맹과 같이’의 가치를 외쳐 자신을 트럼프와 대비했다.

클린턴은 또 “트럼프(브랜드) 넥타이는 미국 콜로라도가 아니라 중국에서, 트럼프 정장은 미시간이 아니라 멕시코에서 나온다”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의 모순과 위선을 꼬집었다.

트럼프를 겨냥한 클린턴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전당대회장은 바로 옆 사람 말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힐러리! 힐러리!”를 연호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지지자들은 “바로 그거야! 힐러리!”를 외치며 열광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장군들보다 내가 이슬람국가(IS)를 더 잘 안다”라고 한 것을 거론하며 “아니야, 도널드(No, Donald, you don’t)”라고 꾸짖듯 말해 장내엔 폭소가 터졌다.

여성 대선 후보로서의 소회도 밝혔다. “내 어머니의 딸로서, 그리고 내 딸의 어머니로서 이런 날이 와 행복하다”라며 “미국의 모든 장벽이 사라지면 (여성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도 없어질 것이며 하늘만이 유일한 한계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깨끗하게 승복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지지자들에 대해 한참 동안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샌더스 지지자들의 대의명분은 바로 우리의 대의명분”이라며 “당신들의 열정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함께 미국을 바꿔 나가자”라고 말했다. TV 카메라가 전대장에 앉아 있던 샌더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고 샌더스 부부는 박수로 화답했다.

앞서 미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찬조 연설에서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더 행복한 삶, 더 좋은 기회, 그리고 더 좋은 미국을 열망하는 가족들을 위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이 정치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뒤 25년 만에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이 그를 움직이는 동인인지를 설명하는 연설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승헌 특파원 현장 르포 ddr@donga.com
#미대선#힐러리#클린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