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 록 페스티벌 달군 日 최고밴드 ‘세카이노 오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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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이름이기도 한 ‘세상의 끝’… 이젠 희망을 뜻합니다”

22일 만난 일본 인기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 왼쪽부터 후카세, 사오리, 나카진, DJ 러브. 조만간 소니뮤직을 통해 영어 앨범을 낸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2일 만난 일본 인기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 왼쪽부터 후카세, 사오리, 나카진, DJ 러브. 조만간 소니뮤직을 통해 영어 앨범을 낸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쩌면 이것이 세상의 끝일지 모른다.’

후카세는 진정제 주사를 맞고 정신병원 격리병동의 침대에 포박돼 이렇게 생각했다. 꿈을 향해 달릴 20대 초반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탓에 회색 독방에 갇힌 신세란 절망적이었으니까.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끝이라면, 끝에서 다시 시작해 볼까…!’

2010년대 일본 최고 인기 밴드, 4인조 ‘세카이노 오와리’(SEKAI NO OWARI·일본어로 ‘세계의 끝’)와 리더이자 보컬인 후카세의 출발 이야기다.

“남들이 하는 걸 나는 못한다는 인식,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남들이 못하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다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어요. 지금도 병을 극복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저 같은 아픔을 지닌 친구들을 위해 좋은 가사를 쓰려 노력해요. 그럴 수 있는 지금이 즐겁습니다.”

지산 록 페스티벌 참여차 방한한 세카이노 오와리를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에서 만났다. 후카세는 동그란 눈과 미성 때문에 아이처럼 보였다. 피에로 가면을 절대 벗지 않는 익명의 DJ ‘러브’, 후카세의 유치원 친구이자 학창 시절 왕따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피아니스트 사오리, 후카세를 도와주던 학교 친구인 기타리스트 나카진까지, 4명의 멤버는 유명인이 된 지금도 한집에 모여 산다.

이른바 ‘세카오와(세카이노 오와리의 준말) 하우스’다. “도쿄의 어딘가에 있는 3층짜리 주택. 음악 녹음 공간도 있고요. 언제든 서로 음악적 토론을 할 수 있어 좋아요. 눈에서 멀어지면 맘에서 멀어지듯, 우린 지금 함께 있는 게 중요해요.”(사오리)

정신과 의사의 꿈을 버리고 음악에 투신한 후카세가 이끄는 세카이노 오와리는 인디밴드 데뷔 5년 만인 지난해, 일본 최대 야외공연장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 콘서트를 이틀간 매진시켰다. 14만 관객 동원. 동화 같은 악곡과 노랫말, 무대연출로 일본 젊은이들의 마음을 쾌속으로 접수했다. 나카진은 “지금껏 100가지 이상의 악기를 녹음에 사용했다. 시계 초침, 불꽃놀이, 후카세의 심장박동 소리도 악기처럼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 2월에는 일본 내 돔 순회공연을 시작한다.

‘세계평화’란 노래도 부른 후카세는 자기 블로그에 ‘위안부는 일본이 강제로 한 것이 아니라며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음악으로써 동아시아 평화가 나아갈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것들이 다 슬픈 것은 아니에요. ‘세계의 끝’이란 이젠 희망을 뜻합니다.”(후카세)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일본밴드#세카이노 오와리#지산 록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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