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일주일새 유혈참극 4건… 커지는 ‘反무슬림’ 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獨 연쇄테러 ‘공포의 주말’
동정민 특파원 뮌헨 르포

“너희는 꾸란을 읽어봤느냐. 얼마나 여성을 우습게 보는지 아느냐. 거긴 여성 인권이 없다.”

“무슬림을 일반화하지 마라. 그들도 인권이 있는 사람들이다.”

동정민 특파원
동정민 특파원
24일 오후 독일 바이에른 주도인 뮌헨의 중심 ‘마리엔 광장’에서는 늙은 남자와 젊은 여성 사이에 한바탕 시끄러운 말싸움이 붙었다. 무슬림을 비판하는 노인은 페기다 소속, 그를 반박하는 여성은 반(反)페기다 단체 소속이었다.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이라는 뜻의 페기다(PEGIDA)는 2014년부터 반무슬림, 반이민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극우 성향 단체다. 페기다 뮌헨 지부는 매일 곳곳을 돌며 메시지를 전파한다. 페기다가 시위를 벌이면 꼭 반대 단체가 그 앞에서 맞불 집회를 한다. 페기다가 “독일 땅에서 폭력과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홍보물을 나눠 주면 그 앞에서 반페기다 단체는 “불법인 인권은 없다”고 적힌 깃발을 흔든다.

최근 독일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유사 테러’로 페기다의 목소리는 더 커진 듯했다. 하인츠 마이어 페기다 뮌헨 대표는 “최근 독일에서 벌어진 통근열차 도끼 난동과 뮌헨 테러는 정부가 부인하지만 모두 이슬람과 직결돼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무슬림 국가 중 전쟁과 분란이 없는 나라가 어디 있나. 그들은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소리쳤다. 그는 한국인인 기자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한국도 절대로 무슬림을 이민자로 받으면 안 된다. 이들은 아이를 10명씩 낳는데 이렇게 가면 두 세대 이후 이들의 의도대로 전 세계가 무슬림 세상이 될 것이다.”

이에 맞서 페기다를 반대하는 단체 대표인 막시밀리안 씨는 “뮌헨 테러 이후 한 페기다 회원이 페이스북에 ‘누가 됐건 무슬림은 다 죽었네’라는 댓글을 올렸다. 속이 시원하다는 발언인데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게 페기다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기다 논쟁을 바라보는 이곳 시민들은 심경이 복잡해 보였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페기다에 반감을 갖고 있었다. 클라우스 씨는 “페기다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오스트리아 자유당(극우정당)은 자극적인 표현으로 지지율만 올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페기다의 기세는 최근 정당 설립을 추진할 정도로 만만치 않다. 매년 초 대형 집회에는 2만 명의 회원이 모인다. 2014년 12월 조사 때는 독일 국민 49%가 페기다를 이해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뮌헨에서 나고 자란 울리 씨는 “페기다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비판도 하고 싶지 않다”며 “독일에 오는 난민들은 손님이기 때문에 독일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교육하는지 보고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남부에선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네 번의 유혈사건이 터졌다. 용의자들은 모두 10, 20대 중동 이민자이거나 난민들이다. 24일 오후 10시경 남부 바이에른 주 안스바흐 노천 음악축제 현장 근처에서는 자살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일어나 12명이 다쳤다. 3명은 중상을 입었다. 용의자는 난민 신청을 거부당한 27세 시리아인이다. 그는 2년 전 독일에 들어와 망명 신청을 했지만 1년 전 거부당한 뒤 곧 불가리아로 추방될 상황이었다. 그의 배낭에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폭발물이 들어 있었다. 바이에른 주 내무부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이슬람 급진주의와 연계된 자살폭탄 테러”라고 밝혔다. 독일 수사당국은 용의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된 영상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일간 데일리메일은 용의자가 이슬람국가(IS)에 복수를 결의했다고 보도했다. 뮌헨 시장은 이 사건 이후 “9월 가장 큰 축제인 옥토버페스트에 배낭 소지를 금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4시 반 남서쪽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로이틀링겐 도심에서는 1년 6개월 전 독일로 온 시리아 출신 망명 신청자(21)가 터키 식당에서 일하는 한 폴란드 임신부(45)를 흉기로 살해했다.

뮌헨 테러를 조사 중인 독일 경찰은 범인 알리 존볼리(18)의 친구인 아프가니스탄 출신 16세 청년을 체포해 공모 여부를 조사 중이다.

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