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너를 믿는다]“대표팀 든든한 맏형… 8년전 이 포효 한번 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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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2016 리우올림픽]<9·끝> 기계체조 유원철과 양태영 코치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평행봉 결선에서 고난도 연기를 실수 없이 마친 뒤 환호하는 유원철. 이 연기로 유원철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아일보DB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평행봉 결선에서 고난도 연기를 실수 없이 마친 뒤 환호하는 유원철. 이 연기로 유원철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아일보DB
2008년 여름 베이징에서 ‘태영이 형’과 함께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섰던 기계체조 국가대표 유원철(32·경남체육회). 8년이 지난 다음 달 그는 ‘양태영 코치’와 함께 두 번째이자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 나선다.

첫 번째 올림픽에서 유원철은 은메달을 따냈다. 그때까지 출전하는 국제대회마다 늘 순위권에 올랐기에 ‘내 기술만 하면 메달이다’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도 당연히 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는 대표 선발전에서 허무하게 탈락했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평행봉 결선 경기를 마친 유원철(오른쪽)이 다음 차례인 양태영 당시 남자 기계체조팀 주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베이징 올림픽 당시 평행봉 결선 경기를 마친 유원철(오른쪽)이 다음 차례인 양태영 당시 남자 기계체조팀 주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그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윤창선 기계체조 국가대표 감독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윤 감독은 “런던 올림픽 때 (양)학선이가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단체전에서 한국의 성적은 꼴등이었어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을 얻으려면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8위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했는데 상황은 쉽지 않았죠. (유)원철이에게 후배들을 위해 한 번 더 뛸 수 없겠느냐고 부탁을 했죠. 스스로도 한 번 더 해보고자 하는 열의가 있었고요”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유원철은 2015년 1월 다시 태릉으로 돌아왔고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7위에 오르며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전 종목(마루 안마 링 도마 평행봉 철봉)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베테랑 유원철의 공이 컸다.

평행봉 훈련을 실수 없이 마친 유원철(왼쪽)에게 양태영 코치가 박수로 격려를 해주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평행봉 훈련을 실수 없이 마친 유원철(왼쪽)에게 양태영 코치가 박수로 격려를 해주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10년 부상으로 은퇴하기 전까지 체조 단체전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양태영 코치(36)는 어려운 시기에 대표팀 주장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유원철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한국 체조 위상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들 하잖아요. 저변도 많이 좁아진 게 사실이고요. 사실 모든 선수가 자기가 잘하는 종목만 하고 싶어 하지 약한 종목은 안 하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데 단체전을 잘해야 종목별 결선도 많이 진출할 수 있고, 또 그래야 개인전 성적도 잘 나와요. 한국체조 위상도 올라가고요. 힘이 들지만 단체전 성적이 잘 나와야 팀 분위기도 살아요. 그런 부분에서 원철이가 맏형 역할을 정말 잘하고 있어요.”

유원철은 역대 올림픽에 출전했던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수 중 나이가 가장 많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김한솔(21·한체대)과는 열한 살 차이다. 어린 선수들과 운동하는 기분을 물으니 그는 “한 세 살만 젊어지고 싶다”며 웃었다. 하지만 양 코치는 “원철이가 한솔이보다 오히려 체력에서는 앞선다”며 “그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에 더 나이 들어서까지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 응원 온 딸(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원철. 유원철 제공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 응원 온 딸(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원철. 유원철 제공
지난해 결혼해 딸을 얻은 유원철이 고된 선수촌 생활을 다시 결심한 것 역시 운동 욕심 때문이다. 유원철은 “서른이 넘고부터 ‘체조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정말 싫었어요. 나중에 후배들이 ‘나도 원철이 형처럼 오래 운동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양 코치는 리우 올림픽이 지도자로 맞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양 코치는 “런던 때는 아무것도 몰랐죠. 저도 지도자로서 배우는 입장이었으니. 이제야 선수들이 생각대로 따라와 준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기 시작해요”라고 했다. 물론 선수 시절 운동량이 많기로 유명했던 양 코치로서는 조금만 더 해줬으면 하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서 현명한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대체로 선수들은 부상이 있는데도 훈련을 해요. 만성이 되면 더 힘들어지니까 선수가 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밀어붙이되 많이 아파하기 전에는 풀어주죠.”

올림픽 개막을 눈앞에 두고 양 코치가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선수들이 경기 당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다. 양 코치는 그 누구보다 ‘과욕은 금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08년에 진짜 컨디션이 좋았어요. 3월도 되기 전에 올림픽 때 할 기술을 다 마스터했죠. 욕심이 정말 많았어요. 2004년 오심 논란을 겪고 그런 일이 없으려면 결국 제가 모든 기술을 더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초반부터 너무 밀어붙이다 보니 허리 부상이 오면서 정작 체력훈련을 제대로 못 했어요. 결국 올림픽 때는 체력이 다 떨어져버렸죠.”

체조 대표팀은 27일 리우행 비행기에 오른다. 선수들은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치의 기술을 완성한 지 오래다. 남은 건 자신이 소화하는 기술의 실패율이 0%가 될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다. 양 코치 역시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강조한다. 양 코치는 “긴장을 하면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실수가 나오곤 한다”며 “원철이가 후배 선수들에게 그런 심리적인 부분을 더 많이 얘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리우올림픽#기계체조#유원철#양태영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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