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로타 “모델은 작품의 일부… ‘딴생각’ 스며들 틈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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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사진작가 ‘로타’

6월 28일 서울 마포구의 작업실에서 만난 사진작가 로타. 그는 “‘미소녀 전문 포토그래퍼’는 유명해지고 싶어서 스스로 지어 퍼뜨린 말”이라면서 “미소녀 사진은 제 작업의 절반 정도다. 설리부터 서태지까지 다양한 인물사진, 광고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6월 28일 서울 마포구의 작업실에서 만난 사진작가 로타. 그는 “‘미소녀 전문 포토그래퍼’는 유명해지고 싶어서 스스로 지어 퍼뜨린 말”이라면서 “미소녀 사진은 제 작업의 절반 정도다. 설리부터 서태지까지 다양한 인물사진, 광고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사진작가 로타(Rotta·본명 최원석·38)는 ‘미소녀 전문 포토그래퍼’로 불린다.

로타가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와 합작해 낸 모음집(CD 2장+72쪽 화보) ‘순수’가 국내 주요 음반 판매 차트 10위권에 올랐다. 라디오헤드, 비욘세, 아델, 폴 매카트니를 누르고 팝 차트 2, 3위를 기록 중이다. 해외 음악가들의 팝, 리듬앤드블루스(R&B), 전자음악들이 담긴 두 장의 CD보다 화보집이 차트 열풍에 공을 세웠단 얘기가 나온다.

로타는 지난해 낸 미소녀 사진집 ‘걸스’로 이미 열풍을 일으켰다. 로타에 따르면 ‘걸스’와 전시회 도록 ‘미묘’가 합쳐 1만 권 이상 팔렸다. 이달 초 나온 풍경사진집 ‘로타의 일본산책’도 벌써 2000권이 팔렸다.

로타의 미소녀 사진에는 특징이 있다. 뽀얀 피부에 핑크빛 볼터치를 하고 수영복이나 교복, 핫팬츠를 입은 젊은 여성들…. ‘롤리타 콤플렉스를 이용한 마케팅’ ‘일본풍의 복제’라는 비판도 받는다.

‘순수’에 실린 화보의 내용은 ‘걸스’의 사진들과 비슷하다. 여성이 비키니를 입고 샤워실에 있다거나 침대 위에서 핫팬츠 입은 뒤태를 보여주는 사진도 있지만 모델의 얼굴만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해 두 페이지에 걸쳐 낸 것도 있다.

로타의 미소녀 사진들은 일본 그라비아(일본에서 산업화된 10대 소녀들의 수영복 화보나 영상물)를 베꼈다는 비판도 받는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작업실 ‘화이트베이스’(‘기동전사 건담’에 나오는 전함 이름)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사춘기 때부터 일본만화 ‘오렌지로드’ ‘전영소녀’ ‘H2’ ‘터치’,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를 즐겨 봤다.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나만의 스타일이 분명하다. 우리 만화나 아이돌 산업도 한때 일본의 화풍과 시스템을 베꼈다고 비판받았지만 그것을 새로운 스타일로 승화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모델에게 연정을 품거나 관계를 맺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촬영된 사진을 보면 가끔 두근거리지만 다시 실제 모델을 보면 그런 생각이 안 든다. 모델은 작품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타는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했다. 공예와 그림 작업을 하다 우연히 사진을 시작한 뒤 독특한 구도와 색감으로 주목받았다. 미소녀 사진은 2010년경부터 찍었다. “최근 몇 년간 서태지 전문 포토그래퍼였다. 15년 전부터 다양한 콘서트와 음악축제 사진을 찍었다. 이동통신, 컵라면 등 광고 사진도 많이 촬영했다. 미소녀 사진은 내 작품세계의 일부다.” 그는 “3년여 전에 결혼한 아내도 사진을 전공했고 내 세계를 이해해준다”고 했다.

그의 작업실 진열장에는 로봇과 만화 캐릭터 피규어가 가득했다. 로타는 “건담과 미소녀는 내 세계의 90%”라고 했다. “롤리타는 미성숙한 이들에 대한 성적 욕구다. 내가 찍는 모델의 평균연령은 20대 중반이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성장해 있는 완벽한 미소녀다.” 로타란 예명은 ‘로리타’의 약자가 아니라 대학교 때 로봇 캐릭터 공모전 응모를 위해 지은 예명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변태냐고요? 만약 변태에도 등급이 있다면 전 상상력은 낮은데 표현력은 높은 케이스일 겁니다. 누구나 연인과 있을 때 어떤 행동이든 생각하지 않나요. 김지운 박찬욱 감독도 변태적 상상을 하기 때문에 독특한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단순히 야한 사진은 요즘 널렸다. 로타가 잘 ‘팔리는’ 이유는 모델의 수동적 분위기”라고 했다. 김 평론가는 “똑같이 교복을 입었대도 걸그룹이 각선미와 힘찬 안무, 걸크러시(여성이 여성의 당찬 기운에 반하는 현상)로 승부하는 반면, 로타 작품의 매력은 뺨의 홍조, 수줍은 듯한 표정과 포즈에 집중돼 있다”면서 “주체적이고 능력 있는 여성이 조명받는 사회에서 수동적 여성상을 그리워하는 남성들의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일본 ‘가와이(귀여움) 문화’의 영향을 받은 이런 형태의 작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로타#사진작가#모델#미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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