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까지 스카우트 했는데…비인기 종목의 설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0일 14시 54분


코멘트
이경원 배드민턴 대표팀 코치(36)는 악바리로 유명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발목 부상을 참아 내며 여자복식 은메달을 땄다. 다음 달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요즘 한숨짓는 날이 많아졌다.

이 코치의 소속사인 세아창원특수강이 1일부터 배드민턴 팀에 대한 숙식, 체육관 등의 지원을 중단하기로 해 선수들이 길바닥으로 쫓겨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 팀 소속의 이 코치와 박용제 감독, 20대 초반의 유망주 선수 6명이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한 배경에는 포스코가 있다. 포스코는 2014년 2월 사회공헌을 명분으로 창원시청 팀을 인수해 포스코특수강 팀을 창단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세아그룹이 잠시 배드민턴 팀을 운영해 주면 포스코 계열사에서 다시 팀을 맡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경영이 안 좋아지며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고, 세아창원특수강은 3월 선수들에게 팀 해체 방침을 알리며 6월 말까지 숙소 등을 비워 달라고 통보했다. 선수들의 숙소였던 경남 창원 아파트는 매물로 나왔다. 그동안 선수단은 실업 급여와 경남체육회의 도움 등으로 근근이 운동을 해 왔다.

재인수를 믿었던 박 감독과 이 코치는 올해 고교 랭킹 1, 2위 선수까지 스카우트하며 의욕을 보였다. 한 선수 가족은 포스코 계열사가 있는 포항으로 이사까지 했다. 이 코치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도 땀을 쏟은 후배들이 새로운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다. 인수 팀이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수 팀을 알아봤는데 불황으로 여의치 않았다. 선수들의 이적을 추진하기도 했는데 안타깝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