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증시 열자마자 사상최대 낙폭… 엔-달러 초강세 ‘대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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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XIT/英 EU 탈퇴 글로벌 쇼크]패닉에 빠진 세계 금융시장
24일 코스피 낙폭 61.47포인트, 2012년 5월 18일 이후 최대

코스피 3.09% 하락 브렉시트가 현실화됨에 따라 국내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24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전광판에 이날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하락해 1,925.24로 마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코스피 3.09% 하락 브렉시트가 현실화됨에 따라 국내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24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전광판에 이날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하락해 1,925.24로 마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4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개표에서 영국의 EU 탈퇴가 우세하게 나타나기 시작하자 딜러들의 모니터에 표시된 환율 그래프가 일제히 ‘수직’에 가까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브렉시트가 불발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가 상승했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시장에서도 매수·매도 주문이 하루 종일 쏟아졌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국내 증시에서만 시가총액 47조 원이 증발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30원 가까이 급등했다.
○ ‘잔류’ 예측했던 금융시장 패닉

사실 이날 개표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영국이 EU에 잔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영국 국민들의 선택은 브렉시트였다. 아시아 증시는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하락한 1,925.24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36포인트(4.76%) 하락한 647.1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이 장중 한때 7% 이상 하락하자 프로그램 매매 거래를 일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장중 8% 이상 폭락한 끝에 전날보다 7.92% 하락한 14,952.02엔으로 마감하며 약 4개월 만에 15,000엔 선을 내줬다. 유럽 주요 증시도 개장과 함께 수직 낙하를 시작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24일 장 초반(현지 시간) 10% 이상 떨어졌으며 영국의 FTSE 250지수 역시 한때 11.4% 급락하며 장중 기준으로 사상 최대 하락 폭 기록을 경신했다. 유럽의 주요 지수는 오후 10시 반 현재 3∼11%의 하락 폭을 보였다.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도 개장과 동시에 2%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외환시장 역시 대혼란에 빠졌다. 24일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한때 11%나 폭락해 1.32달러로 곤두박질쳤다.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1.35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7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17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은 33.2원으로 2011년 9월(46.0원) 이후 약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100엔 선이 무너지며 급락(엔화 가치 급등)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엔화로 글로벌 자금이 쏠린 결과다. 안전자산인 국고채를 찾는 수요도 급증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88%포인트 내린 연 1.249%로 기준금리(1.25%) 밑으로 떨어졌다.


○ 충격파 장기화되나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브렉시트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실제로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실물경제가 예상보다 크게 흔들릴 경우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당장 영국계 투자자금 36조 원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우려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 유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브렉시트 현실화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되며, 유럽에 수출하는 기업도 단기적인 타격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브렉시트 영향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카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브렉시트에 맞서 각국 중앙은행과 체결한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정부는 공매도 금지 등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시행한 비상 대책들을 검토 중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25, 26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연차총회에 참석해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브렉시트 후폭풍에 맞설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이건혁·박희창 기자
#브렉시트#국민투표#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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