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경착륙 피하기 어려워… 한국에 가장 큰 위협 요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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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동아 국제금융 포럼]대격변 시대, 세계경제의 미래

3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6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사상 최대로 급증한 한국의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위기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3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6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사상 최대로 급증한 한국의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위기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또다시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면 그 진원지는 중국이 될 것입니다.”

3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6 동아국제금융포럼’에 기조강연자로 참가한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63·경제학)는 현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중국을 꼽았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선 가계부채를 큰 리스크로 지적하면서 “은행 중심의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나 금융산업의 다각화를 지속해야 한다. 작은 스타트업(벤처기업)이 많이 생겨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 “중국 경제 경착륙 불가피”

로고프 교수는 ‘이번엔 다르다! 대격변 시대와 글로벌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과 이후 이어진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과의 대담을 통해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우선 경기 둔화와 부채 증가가 큰 문제로 떠오른 중국 경제를 지목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피하기 어렵다”며 “올 하반기에 경기 둔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고 이는 한국 경제에 미국 금리 인상보다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고프 교수는 특히 중국 정책기조의 근본적 모순을 지적했다. 정치구조는 중앙집권화하는 반면에 경제구조는 분권화를 추진하는 중국 정부의 방향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로고프 교수는 각국에서 준동하고 있는 포퓰리즘과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도 표시했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불문하고 미국 대선 주자들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며 “미국이 ‘자유무역의 수호자’ 역할을 포기하면 전 세계는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진지하게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 역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로고프 교수의 뒤를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주제로 강연한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 역시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최 차관은 “중국의 성장 둔화로 우리 수출이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높은 무역의존도는 한때는 우리 기업의 기회였지만 순식간에 위기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구하는 만큼 이에 빨리 대응해 위안화 금융허브를 추구하는 것도 우리 금융시장이 살길”이라고 덧붙였다.

○ “미국은 혁신하는데 한국은 변화의 속도 떨어져”

로고프 교수는 강연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따끔한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선 아직도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며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그런데 한국은 내가 몇 년에 한 번씩 방문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의 속도가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로고프 교수는 “페이스북 등은 불과 15년 전에는 없었던 기업”이라며 “한국에선 15년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회사들이 거의 없다. 큰 기업 하나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작은 기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혁신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벤처기업의 실패가 밑거름이 돼야 하는 만큼, 창업과 재도전을 위한 생태계가 하루빨리 구축돼야 한다는 뜻이다. 로고프 교수는 그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털, 온라인파이낸싱 등 기존 금융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금융서비스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로고프 교수는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문제로 가계부채를 꼽았다. 그는 “지금은 주택 가격이 높아 가계부채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자산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거나 주택시장이 붕괴하면 경제 전반을 흔드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생각과 달리 통화팽창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출산을 위한 인센티브를 만들어 인구 감소 등 구조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차관은 “지금은 세계 각국이 모두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며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우리도 발상을 전환하고 기득권을 서로 양보해 ‘함께하는 개혁’을 해야 한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황성호 기자
#2016 동아 국제금융 포럼#중국#경제#케네스 로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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