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옥 기자의 야구&]황재균 찍을까 말까… 헷갈리는 ML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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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에서는 선수 스카우트를 ‘달빛에서 미녀 고르기’라고 표현한다. 달빛에서 어슴푸레 보면 미녀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듯 선수 평가도 그렇게 어렵다는 것이다. 요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이 말을 실감하고 있다.

한두 달 전만 해도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팀은 황재균(사진)의 이름을 몰랐다. 한국에 스카우트를 파견한 10개 구단 정도만 그의 이름과 간단한 이력을 알고 있는 수준이었다. 현장 스카우트들이 박병호(넥센) 관련 보고서를 제출할 때 상대 팀 선수인 황재균에 대해서도 형식적으로 언급했던 것이다.

그가 시즌 후반 갑자기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히자 냉담했던 게 당연했다. “우리는 황재균에 대해서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 구단도 있었다. 황재균은 ‘추녀’로만 비쳤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변수가 됐다. 황재균을 처음 본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이 적잖게 반했다고 한다. 황재균은 베네수엘라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쳐내는 등 빼어난 힘을 과시했다. 게다가 변화구 대처 능력도 좋았다. 여기에 강한 송구 능력까지 뽐내면서 대회 ‘베스트 3루수’로 선정됐다. 스카우트들은 “어, 이게 뭐야?”라는 말을 연발했다. 황재균이 ‘미녀’로 비쳤던 것이다.

하지만 강렬한 첫인상만으로 덜컥 거액을 제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황재균이 달빛이 아니라 햇빛 앞에 섰을 때도 같은 모습일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에겐 그걸 따져볼 관련 자료(스카우팅 리포트)가 없다. 기사 검색을 해봐야 7월에 ‘배트 던지기’로 뉴욕타임스에 한 번 등장한 게 거의 전부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황재균을 안 봤으면 모를까, 보고 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꾸준히 봐 왔던 스카우트들도 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프리미어12로 상황이 바뀌자 기존 보고서를 다시 점검하고 있다. 그런데 볼수록 헷갈리는 게 있다고 한다.

황재균의 장점인 힘이 그중 하나다. 황재균은 올해 KBO리그에서 홈런 26개를 쳤다. 지난해 12개에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황재균이 근육을 급격히 키운 효과를 봤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스카우트들은 롯데의 팀 홈런도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롯데의 팀 홈런은 지난해 121개(128경기)에서 올해 177개(144경기)로 30%나 증가했다. 모 스카우트는 “혹시 공이나 배트의 반발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10개 구단은 KBO의 공인을 받은 4개 업체의 공을 사용했다. 그런데 롯데만 사용한 업체의 공인구는 반발력 초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분명해 보이던 힘도 여전히 달빛 속에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확신이 가지 않는 선수에게는 웬만해서는 베팅을 하지 않는다. ‘무응찰’의 쓴맛을 본 손아섭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26일 포스팅을 신청한 황재균은 아무래도 아쉽다. 내야수라는 점도 매력적이고, 강정호(피츠버그)와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점도 그렇다. 이럴 땐 ‘못 먹는 감 찔러 보는 식’으로 애매한 액수를 적어낸다. 그래서 황재균을 입찰하는 구단은 나오더라도 입찰 최고액은 100만 달러를 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윤승옥 기자 tou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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