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잔 브람 스님 “섹스보다 명상이 주는 오르가슴이 100배 더 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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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명상 스승’ 아잔 브람 스님

세계적인 명상 스승으로 꼽히는 아잔 브람. 그는 “아시아에는 스승을 존경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하지만 나는 수행자들이 스승의 그늘에만 있지 말고 어깨를 밟고 멀리 내다보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참불선원 제공
세계적인 명상 스승으로 꼽히는 아잔 브람. 그는 “아시아에는 스승을 존경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하지만 나는 수행자들이 스승의 그늘에만 있지 말고 어깨를 밟고 멀리 내다보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참불선원 제공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엘리트인데, 왜 출가했나.” “서구적 전통은 기독교인데 집에서 반대하지 않았나.”

어느 순간, 수행자가 듣기에는 좀 발칙한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6일 서울에서 만난 세계적인 명상 스승 아잔 브람(64)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대학 때 여자 친구와 잠자리를 가진 며칠 뒤 명상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분도 섹스에 관해 잘 알겠지만(웃음). 섹스의 오르가슴보다 명상이 주는 쾌감과 고요한 평화가 100배 이상 강력했다.”

그는 또 “제2차 세계대전 중 런던에 살던 부모님은 매일 밤 폭격 속에 비명과 죽음을 경험하면서 자비로운 신앙(기독교)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며 “내가 출가한다고 하자 그들은 나의 선택을 믿고 따라줬다”고 덧붙였다. 이후 태국으로 건너간 그는 현지에서 ‘살아 있는 붓다’로 불리는 아잔차를 스승으로 9년간 수행했다.

현재 호주 퍼스 시 숲 속의 보디냐나 수도원을 이끌고 있는 아잔 브람은 불교를 서구 사회에 가장 효과적으로 전파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의 책 ‘성난 물소 놓아주기’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강연을 위해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을 자주 찾는 인기 강연자이기도 하다. 그의 세 번째 한국 방문도 5일 대전에서 열린 세계컴퓨터총회 기조연설 때문이다.

―컴퓨터총회와 불교, 잘 연결은 안 된다. 연설은 어떤 내용이었나.

“6년 전 호주 회의에서 법문한 것이 인연이 됐다. ‘어떻게 하면 자신을 바꿀 수 있는가’, 이런 주제로 얘기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생각한 게 아니다. 다른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들 수 있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박람회 때 한 가게는 아이스크림, 그 옆에서는 와플을 팔았다. 누군가 둘을 합쳐 아이스크림콘을 만들었다. 그게 변화이고 혁신이다.”

―17세 때 불교 서적을 읽고 자신이 불교 신자임을 알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미리 알아보는, 일종의 시장조사(market research)랑 비슷했다. 하하. 한마디로 내가 사랑하는 과학적 진실과 불교 가르침은 화합했고, 상충되지 않았다.”

―지금은?


“과거 서구 사회가 지구를 평평하다고 여길 때에도 둥글다고 믿는 중국인들이 있었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우주가 시작도 끝도 없고, 무한하다고 한다. 이는 불교가 오랫동안 얘기해 온 것이다.”

―서구에서는 불교를 종교보다는 명상 또는 요가 수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호주에서는 불교가 이미 두 번째로 신도가 많은 종교가 됐다.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도 불교신자라고 한다. 구글에도 불교 신자 모임이 있다. 불교는 철학 종교 과학 정치….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

아잔 브람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개최가 내년(2월 25∼28일)으로 미뤄진 세계명상대전(조직위원장 각산 스님)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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