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말 끝내기 실책… 넥센이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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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카드 결정전 SK 꺾어… 10일부터 두산과 준PO
4대4로 맞선 2사 만루서 내야 뜬공 수비수가 놓쳐

‘가을 야구’에서 승부를 가르는 제일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야구 통계학자들이 밝혀낸 건 크게 세 가지다. 강력한 마무리 투수, 투수들의 탈삼진 능력, 야수들의 수비력이 포스트시즌 때는 더욱 중요해진다. 요컨대 실점을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포스트시즌 성패가 갈리는 것이다.

‘염갈량’으로 불리는 프로야구 넥센 염경엽 감독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염 감독은 7일 목동에서 열린 2015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뒷문 단속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팀에서 구위가 가장 좋은 조상우(21)에게 마무리 투수를 맡기기로 한 것이다. 대신 시즌 막판 제구력 불안에 시달렸던 마무리 투수 손승락(33)을 조상우 앞에 내보내기로 했다.

탈삼진 능력은 말할 것도 없다. 이날 넥센 선발 밴헤켄은 탈삼진 2위(193개)로 정규 시즌을 마친 투수. 조상우, 손승락 역시 이닝당 삼진 1개 정도는 잡아내는 ‘닥터 K’다. ‘필승조’ 한현희(22) 역시 시즌 초 선발로 나서 고전하기는 했지만 구원 투수로 나섰을 때는 투구 이닝(34와 3분의 1이닝)만큼 삼진(35개)을 잡아냈다.

마지막 남은 수비가 문제였다. 특히 좌익수 자리가 그랬다. 올 시즌 넥센에서는 고종욱(26)이 57경기, 스나이더(33)가 39경기, 박헌도(28)가 37경기에 선발 좌익수로 나섰다. 이날 염 감독이 선택한 건 박헌도였다. 수비는 셋 중 제일 떨어지지만 타석에서 상대팀 SK 선발 김광현(27)에게 가장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고종욱은 2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고 스나이더는 선발 출장 명단에서 빠졌다.

결국 이게 화근이 됐다. 1-1 동점이던 5회초 2사 3루. SK 9번 타자 나주환이 좌전 적시타가 될 법한 타구를 때렸다. 원 바운드로 처리했다면 단타로 막을 수 있던 타구였다. 문제는 박헌도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다는 것. 공은 담장 쪽으로 계속 굴러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유격수 김하성(20)이 던진 공이 3루로 뛰던 나주환의 몸에 맞고 옆으로 튀는 불운까지 겹쳤다. 나주환은 홈까지 들어왔다. 넥센은 갑자기 1-3으로 끌려가는 신세가 됐다.

3-3으로 맞이한 연장 11회초에는 내야 수비가 문제였다. 1사 1, 2루에서 대타 박재상(33)의 2루수 앞 땅볼 타구를 병살타로 처리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2루수 서건창(26)의 토스를 받아 김하성이 던진 공이 옆으로 살짝 빗나가면서 박병호(29)가 1루 베이스를 완벽하게 밟지 못했다. 넥센은 계속된 2사 1, 3루에서 포수 박동원(25)이 공을 뒤로 빠뜨리면서 3-4로 역전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넥센에는 ‘가을 야구 승리 공식’에는 없는 공격력이 있었다. 넥센은 연장 11회말 김민성(27)과 스나이더가 연속 2루타를 치면서 4-4 동점을 만들었다. 이제 가을 야구 승리 공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차례. 2사 만루에서 윤석민(30)은 내야 위로 높이 뜬공을 때렸지만 SK 유격수 김성현(28)이 공을 떨어뜨렸다. 포스트시즌 역사상 세 번째 끝내기 실책이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동점 2루타를 친 스나이더에게 돌아갔다.

4위 넥센이 승리하면서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한 경기 만에 끝나게 됐다. 넥센과 정규리그 3위 두산이 맞붙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10일 오후 2시 잠실에서 시작한다.

황규인 kini@donga.com·임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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