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섬긴다는 건, 친구 되고 일손 보태고 위로해 주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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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목사’ 별명 서울 한남제일교회 오창우 담임목사

《 “교회 일과 동네일은 다르지 않습니다. 교회 때문에 동네 땅값 올라 고맙다는 얘기도 한번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한남제일교회 오창우 담임목사(61)의 말이다. 최근 7년 만의 안식월 중 쉽지 않게 만난 그는 어느새 붙은 ‘동네목사’라는 수식어에 대해 “얼마나 근사하냐”고 되물었다. 》

자랑스러운 동네목사를 꿈꾸는 오창우 목사. 요즘 그의 기도 제목은 ‘하나님 말씀으로 살아가는 복음적 교회와 연합,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교회가 되자’는 것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자랑스러운 동네목사를 꿈꾸는 오창우 목사. 요즘 그의 기도 제목은 ‘하나님 말씀으로 살아가는 복음적 교회와 연합,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교회가 되자’는 것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교회는 신자 400명 정도로 정겨워 보이지만 좀 오래된 모습이다. 그가 동네목사로 불리기까지 사연이 있다. 우선, 1985년 첫 담임목사 생활을 시작한 것이 바로 현재의 교회다. 은퇴할 때까지 이곳을 지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자신이 개척하지 않은 교회에서 목회의 출발과 끝이 이뤄지는 것은 드물다.

지난 30년 동안 동네일이라면 발이 부르트도록 쫓아다닌 그의 발품도 또 다른 이유다. 그는 지역과 관련한 여러 직함을 갖고 있다. 용산구 공유위원장이 그중 하나다. “마을공동체 차원을 넘어 더 큰 지역의 복지를 위한 기구입니다. 지역의 누군가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무엇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재능, 자원을 제대로 공유하며 서로 돕자는 취지죠.”

2012년 결성된 ‘꿈꾸는 오케스트라’ 단장도 그의 또 다른 직함이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의 지역 주민들을 위해 바이올린 교실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음악을 통해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까지 함께 모이게 됐고, 매년 한 차례 공연을 개최한다. 올해는 5일 오후 7시 용산구청 아트홀 미르에서 ‘제1회 용산구 푸드뱅크 사랑나눔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개최한다. 다른 직함들도 있다. 용산구 푸드마켓&뱅크의 운영위원장과 구립 한남요양원 이사장, 한남어린이집 위탁기관장….

교목(校牧)으로 일하던 젊은 시절 경험이 동네목회의 씨앗이 됐다. 교목은 가만히 있으면 하루 종일 외톨이가 될 수도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먼저 다가서는 순간, 교사와 학생들이 친구가 되고 조카가 됐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그는 동네목회도 다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공무원과 회사 직원 모두 함께 사는 이웃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지역의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과 하얏트호텔 같은 곳에도 자주 찾아갔어요. 대부분 흔쾌히 음식을 나눠주고 일손을 빌려 주더군요. 하얏트호텔 주방팀은 몇 년째 요리 솜씨를 기부하고 있어요. 살 만한 세상 아닙니까?”

젊은 시절 ‘큰 교회, 큰 목회’에 대한 욕망은 없었을까. “30대 초반인데 대형교회로 가는 친구들을 보며 왜 그런 생각이 없었겠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당신은 동네목사가 아주 잘 어울리고 행복해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 한마디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웃음)”

그가 추구하는 동네목회의 키워드는 친구였다. “목회자들이 ‘섬긴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쉽게 하면 안 돼요. 건물과 돈,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말 섬기는 것은 친구가 되고 일손을 보태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거죠. 교회가 돈과 힘이 있어야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정부나 기업과 다를 게 없죠.”

그는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수천 명을 배부르게 한 예수의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언급했다. “그 기적 속에 담긴 예수님 마음은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려는 게 아닙니다. 배고픈 수많은 사람이 집으로 돌아갈 때 ‘저들이 얼마나 배고플까’ 하는 그 마음을 나누신 거죠. 예수 믿어 부자 되는 게 아니라 예수 믿어 같이 어울려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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