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더하고 아이디어 곱하니… “1차산업이 6차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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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산업화’ 눈에 띄는 부스

“나무가 자라는 데 얼마나 걸리죠?”

“직접 묘목도 파세요? 좀 사갈 수 있을까요?”

《 네이버 모바일 앱 ‘모두!’ 》 산지-소비자 직거래 코너 마련 네이버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산지 생산자가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모두!’를 선보였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네이버 모바일 앱 ‘모두!’ 》 산지-소비자 직거래 코너 마련 네이버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산지 생산자가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모두!’를 선보였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창농귀농박람회의 ‘농촌창업관’ 코너. 시골 장터처럼 북적이는 이곳에서도 유독 소란스러운 곳이 ‘서산시 아로니아’ 부스였다. ‘왕의 열매(King′s Berry)’로 불리는 아로니아 열매와 이를 가공한 원액 팩을 소개하는 곳이다. 이희준 서산시 아로니아 영농조합 대표(40)가 팸플릿이 떨어져 잠시 자리를 비우자 관람객들이 “얼른 대표님 좀 데려와 달라”고 하는 통에 행사 진행요원들이 곤혹스러울 정도였다. 관람객들을 매료시킨 건 그가 바로 농업의 6차(1차×2차×3차)산업화를 실증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 스마트팜으로 진화한 1차산업


《 SK텔레콤 스마트팜 》기상 데이터 모아 농가에 정보 전달 SK텔레콤이 토마토를 재배하는 스마트 온실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SK텔레콤 스마트팜 》기상 데이터 모아 농가에 정보 전달 SK텔레콤이 토마토를 재배하는 스마트 온실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창농귀농박람회는 농산물 생산 단계인 1차산업에서부터 농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먼저 가공식품(2차산업)의 원료가 되는 작물 재배에는 기업과 정부의 기술력이 더해졌다. SK와 KT, 농림축산식품부의 부스에서는 ‘스마트팜’ 시연이 펼쳐졌다. SK는 토마토를 키우는 비닐하우스처럼 부스 한쪽을 꾸미고, 관람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스마트팜의 원리를 설명했다. SK는 자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적용했다. ‘웨더플래닛’ 시스템을 통해 기상 데이터를 모으고 이 정보들을 일부 농가에 시범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첨단기술이 실질적으로 농가의 일손을 더는 역할도 하고 있다. KT는 ‘농업관제센터’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갖춘 농가는 집에서도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비닐하우스의 난방, 온도, 습도 등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다. 또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장치는 직접 작물에 맞게 설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이효종 KT 홍보실 대리는 “상추를 기른다고 가정하면 상추가 잘 자랄 수 있는 상태를 시스템으로 유지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 아이디어 더해진 2차산업

《 KT 스마트 온실 》스마트폰-PC로 비닐하우스 원격 관리 KT가 선보인 스마트 온실 프로그램. 원격으로 온실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KT 스마트 온실 》스마트폰-PC로 비닐하우스 원격 관리 KT가 선보인 스마트 온실 프로그램. 원격으로 온실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 대표와 같은 창농인들은 여기에 아이디어를 결합해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 대표는 5년 전 건설회사를 다니다 귀농을 결심했다. 그는 “저는 지방에 연고도 없고 농사를 짓는 친척도 없었다”고 할 정도로 도시 토박이였다. 이 대표는 기후와 도시와의 거리 등 전반적인 사항을 고려해 충남 서산시에 터를 잡았다. 처음에는 그 역시 1차산업인 농업을 했다. 야생화를 키워 중간도매상에게 판매한 것이다. 사업도 잘됐다. 그는 “야생화 재배를 했을 때도 매출이 연 5억 원 이상 나올 정도로 먹고살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야생화 재배를 접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아로니아 열매로 즙을 내 팩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상품 연구개발부터 제조 공장을 찾는 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상품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제조는 충남 아산시에 있는 공장에 맡겼다. 이 대표는 “물은 한 방울도 넣지 않고 순수 원액을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공장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아로니아에 오디, 포도, 배를 섞은 건강식품 제품까지 내놓았다. 그는 “결국은 가공과 유통까지 하는 6차산업을 해야 한다”며 “아로니아 재배만 한다면 어떻게 중국에 팔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 판매와 유통을 결합한 3차산업

《 서산시 아로니아 》 부스 즙으로 만든 팩 유통까지 원스톱 이희준 서산시 아로니아 영농조합대표(40)가 아로니아 열매로 만든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서산시 아로니아 》 부스 즙으로 만든 팩 유통까지 원스톱 이희준 서산시 아로니아 영농조합대표(40)가 아로니아 열매로 만든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기술과 아이디어를 융합해 상품을 만들어도 판로가 없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네이버가 농가들의 이런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2월부터 포털에 ‘프레시윈도’라는 코너를 운영 중이다. 산지에서 직접 도시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든 것이다.

네이버 홈페이지의 ‘쇼핑’ 항목에서 ‘산지직송’ 코너를 누르면 생산자의 얼굴과 제품, 가격이 등장한다. “생산자가 어느 집 몇째 딸인지까지 나올 정도로 여러 스토리가 포함돼 있다”는 게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생산자의 사진 옆에는 만족도 점수와 수백 건에 달하는 리뷰 숫자가 붙어 있다. 네이버는 상품 가격의 1∼3%만 결제 수수료로 받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 어떤 유통구조보다 농가의 비용을 줄여 준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도 농촌진흥청이 제공하는 병해충 도감 등 유용한 농업기술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어 창농인들에게 유용한 정보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단계별 농업의 진화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다시 1차산업인 농업을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게 창농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첨단 기술을 통해 인건비와 노동시간을 줄이고, 이렇게 생산된 농작물은 가공 과정을 거쳐 상품화되며, 생산자가 유통까지 관여함으로써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6차산업으로 이윤이 창출되면 당연히 재투자로 이어지게 되고, 이런 경로를 통해 농업에서 파생된 산업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기술력#농업#산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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