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의혹 심학봉 한밤 몰래 소환… 2시간 조사뒤 “무혐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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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짜맞추기 면죄부 수사 논란

경찰이 심학봉 국회의원(54·사진)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부실하게 마무리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신속하게 소환 조사하지 않은 사이에 의혹을 제기한 여성이 심 의원을 만난 이후 “성폭행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탓이다. 피의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혐의 결론을 내놓아 ‘짜 맞추기’ 수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과 현직 의원 눈치를 보고 엉터리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 국회의원 배려한 극비 비공개 소환

대구지방경찰청은 3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심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40대 보험설계사 A 씨를 성폭행한 적이 있는지, 이 여성이 진술을 바꾸는 과정에 회유나 협박이 있었는지 조사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심 의원의 범죄 혐의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5일 사건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당초 경찰은 심 의원 소환 시기가 이번 주라고 했지만 심 의원의 일정에 맞춰 3일 오후 9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비밀리에 조사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3일 오전 심 의원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출석을 요구했고 오후 8시 반 자진 출두하겠다고 해 조사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 피의자가 자신이 원하는 심야 시간에 조사받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 부실 수사 논란

경찰은 심 의원을 극비리에 조사하면서 성폭행 혐의는 밝히지 못했다. 심 의원은 “호감은 있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신고 접수 이후 10여 일간 피해 여성을 3차례, 6시간여 조사하고 사건 장소였던 호텔 폐쇄회로(CC)TV 증거 등을 확보해 놓고는 심 의원은 2시간여 조사한 뒤 ‘혐의 없음’으로 결론 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강압적 성관계 등은 없었다는 심 의원의 주장이 일치해 범죄 혐의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A 씨가 “호텔 침대에서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폭행했다”는 1차 진술을 한 후 이 진술을 번복하기 전 지난달 26일 두 사람이 식당에서 만나 입을 맞췄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다. 더구나 두 사람은 식사 이후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30여 분간 술을 마시고 대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이 사이에 회유나 금품 제안 등의 중요한 단서를 잡을 수 있는 휴대전화 통신기록도 확인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1차 진술을 번복한 이후 협박이 없었던 상황에서 통신기록 확인이나 계좌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성폭행 무혐의라면 A 씨는 무고?

심 의원이 무혐의라면 허위 신고한 A 씨를 무고로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무고는 상대의 형사 처벌 목적이 있었고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일 경우에 수사하지만 이번 경우는 심경 변화로 판단이 달라졌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이고 경찰은 무고 정황이 있다면 수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성폭행 사건의 경우 피의자의 혐의를 밝히지 못하면 피해자 무고 수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소환 조사 이후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두문불출하고 있다. 1일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뒤 외부 전화를 거의 받지 않고 있다. 구미시 지역구 사무실은 문을 닫았다. 구미참여연대는 “성폭행이 아니라도 성관계가 있었다면 국회의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 사퇴하고 자숙의 길을 가기 바란다”는 성명서를 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즉각 재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고 같은 당 여성 의원들은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거듭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황 사무총장은 야당의 제명 요구에 “‘여당 프리미엄’을 얻어 편파 수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니 당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탈당한 것”이라면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혐의가 없는 상태에서 개인 명예를 그렇게 짓밟아도 되나”라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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