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감시당하지만 北에 가보세요… 개방 돕기위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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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첫 김일성대 유학생 체험기
“주체사상 우월성 놓고 장시간 토론 北학생들, 美에 강한 적개심”

“어딜 가나 감시당했고, 북한 주체사상이 미국 사회보다 우월한지에 대해 오랜 시간 토론해야 했어요. 그럼에도 기회가 된다면 북한행을 권합니다. 그래야 북한의 개방을 도와 인권 침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서구권 학생으론 처음으로 북한 김일성종합대에서 공부한 영국 학생이 자신의 체험담을 30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공개했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김일성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앨리샌드로 포드 군(18·사진)은 고등학교 졸업 후 봉사활동, 해외 교환학생, 여행 등을 하는 기간인 ‘갭 이어(gap year)’를 김일성대에서 보냈다. 가디언은 “중국, 러시아 등을 제외한 서방 국가 출신 유학생은 포드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포드 군이 김일성대에서 갭 이어를 보내게 된 건 한반도 전문가이자 북한에 여러 번 다녀온 아버지 영향이 컸다. 아버지 글린 포드 전 유럽연합(EU) 의원은 어린 아들에게 농담처럼 “네가 원하지 않아도 북한에 보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 군이 열여섯 살이 되자 아버지는 진짜 아들이 북한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도록 했다. 당시 2주 동안 북한에서 지낸 포드 군은 “식중독으로 고생하긴 했지만 북한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두 번째로 북한을 방문한 포드 군은 4개월 동안 김일성대에서 연수를 하며 동급생과 집단으로 샤워를 하고, 주체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개인 시간은 거의 없었다. 동급생은 대부분 평양 출신의 고위층 자녀들로 해외 경험이 풍부했다. 그는 “친구들은 ‘북한은 미국에 박해받는 가난한 나라’라는 신념에 가득 차 있었다”고 했다.

또 그는 북한 학생들이 굉장히 청교도적이라고 전했다. 20∼25세의 북한 친구들은 이성친구가 있어도 성 경험이 없고 결혼 후에야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는 “갭 이어의 통과의례와 같은 섹스, 마약, 로큰롤은 북한에 없었다”며 “그들은 미국 래퍼 에미넘의 노래를 듣곤 ‘왜 그는 가족이나 국가에 대한 노래를 부르지 않고 섹스나 마약에 대한 랩만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10월 영국 브리스틀대 철학과 입학을 앞둔 그는 “북한에 머무는 동안 학비, 식비, 숙박비 등을 포함한 총비용은 3000파운드(약 548만 원) 정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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