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40명:의료진 감염 0명… 중앙의료원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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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발생 50일…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 감염 0’ 비결은
2014년 에볼라사태 이후 TF 구성… 실전같은 보호복 착·탈의 훈련
땀닦거나 얼굴만지는 실수 차단… 의료계 “전세계 병원서 드문 일”

‘의료진 감염 0명’을 기록 중인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감염관리실 의료진들은 “평소 보호복 탈의 훈련을 강도 높게 진행한 게 큰 효과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가연 감염관리실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에 대한 인식과 대처가 더 나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의료진 감염 0명’을 기록 중인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감염관리실 의료진들은 “평소 보호복 탈의 훈련을 강도 높게 진행한 게 큰 효과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가연 감염관리실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에 대한 인식과 대처가 더 나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한 지 50일이 되도록 한 명의 의료진도 감염되지 않은 병원이 있다.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40명의 환자를 치료해 온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수십 명의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진 감염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건 국제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경우다. 한국 최고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도 메르스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의료진이 7명이나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진 무감염이라는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무감염 비결을 알아봤다. 》

“작지만 중요한 원칙을 철저히 지킨 것이 50일 동안 작은 기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 같습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관리실 의료진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확진자가 나온 5월 20일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환자를 돌보고도 ‘의료진 감염 0명’을 기록한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현재 치료 중인 메르스 환자 35명 중 18명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치료받은 환자는 40명(사망자 5명 포함)이다.

국내 최고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에서 보호 수준이 높은 ‘레벨D 보호복’을 착용한 의료진도 5명이나 메르스에 걸렸지만 이곳에서는 단 한 명의 감염 의료진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고 한다.

○ 두 달에 한 번 보호복 탈의 훈련

국립중앙의료원이 의료진 감염 0명을 기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철저한 ‘보호복 탈의 훈련’. 지난해 8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창궐하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환자 발생과 의료진 감염이 이어지자 병원 측은 감염관리실 주도로 전 의료진에 대한 보호복 탈의 훈련 계획을 마련했다.

일반 의료진은 연 2회, 감염 관련 의료진은 연 6회 정도의 보호복 탈의 훈련을 받도록 한 것. 현재 메르스 환자 치료에 투입된 50여 명의 의료진은 투입 전 이미 4, 5회의 훈련을 받았다. 훈련 과정도 철저했다. 훈련 대상자는 감염관리실 의료진과 일대일로 지도를 받았다. 또 탈의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거나 실수가 나오면 문제점을 지적한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김가연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 의사)은 “보호복을 벗을 때 자신도 모르게 땀을 닦거나 얼굴이나 팔을 만지는 게 위험하다는 점을 가장 강조했다”며 “훈련 때 이런 행위가 나타나면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해준 뒤 수차례 반복 훈련했다”고 말했다.

○ 탈의 20분 이상 원칙 준수

‘20분 이상 원칙’도 이런 결과를 가져온 또 다른 요인이다.

숙달된 의료진이 보호복을 벗을 때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은 메르스 사태 뒤 보호복을 벗는 데 20분 이상 투자하자는 자체 원칙을 정했다. 그만큼 천천히 보호복을 벗고, 소독을 하는 것이다.

감염관리 전문 간호사로 10년 이상 활동했고 지난해 10월 에볼라 의심 환자를 담당한 바 있는 장윤영 간호사는 “보호복 탈의 때 우선 마음속으로 핵심 안전수칙을 외운 뒤 최대한 조심스럽게 천천히 벗도록 했다”며 “이렇게 하다 보니 보호복 탈의에 20∼30분은 걸렸지만 그만큼 감염 확률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사태 초기 메르스 환자의 기도삽관 및 기계호흡 치료(인공호흡기를 목구멍 쪽으로 집어넣어 호흡을 도와주는 시술)를 위해 투입됐던 한 의사는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춰진 공간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의료진이 천천히 보호복을 탈의하는 것을 보며 정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된 뒤 의료진 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던 노하우와 조치를 정리한 ‘실무대응지침서’를 개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중앙의료원#에볼라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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