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수출에 그리스 펀치… “금융위기는 과도한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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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發 금융시장 혼돈]

머리 싸맨 증시… 유럽도 급락 출발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초읽기에 들어간 29일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가 전날보다 29.77포인트 떨어진 이날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러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맨 위쪽). 이날 중국 하이난 성의 성도 하이커우의 한 증권회사 객장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주가 등락을 지켜보고 있다(가운데).
 스페인 마드리드 증권거래소에선 왼손을 이마에 얹은 한 남성이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하이커우=신화통신 뉴시스·마드리드=AP 뉴시스
머리 싸맨 증시… 유럽도 급락 출발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초읽기에 들어간 29일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가 전날보다 29.77포인트 떨어진 이날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러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맨 위쪽). 이날 중국 하이난 성의 성도 하이커우의 한 증권회사 객장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주가 등락을 지켜보고 있다(가운데). 스페인 마드리드 증권거래소에선 왼손을 이마에 얹은 한 남성이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하이커우=신화통신 뉴시스·마드리드=AP 뉴시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 가능성이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29일 유럽과 아시아 주식 시장이 큰 하락 폭을 보이면서 ‘검은 월요일’ 공포가 확산됐다.

아시아 주식시장에서는 중국 증시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한국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인 26일보다 1.42% 내린 반면에 상하이종합지수는 3.3% 하락한 4,191.55로 마감했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도 올해 가장 큰 하락 폭(2.88%)을 보였다. 독일(DAX)과 프랑스(CAC40)도 29일 개장과 함께 3∼4%대의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뉴욕 증시의 지수 선물(주식시장의 주가지수를 매매 대상으로 하는 선물 거래)도 약세를 보였다. 3대 지수(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 나스닥지수) 선물 모두 1% 이상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리스 사태가 사상 초유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거론되면서 그 불확실성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그리스 악재가 오랜 기간 이어진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이 그 충격파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국가 중엔) 자신들의 국가적 실패를 유럽중앙은행(ECB) 등을 희생양 삼아 벗어나려는 경우가 있는데 그리스 사태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 남유럽 인접국에 직격탄


2013년 그리스와 비슷한 금융 위기를 겪은 키프로스의 미할리스 사리스 전 재무장관은 “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를 결정한 것은 ‘(국민의) 민주적 명령’이란 정치적 카드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이런 ‘벼랑 끝 전술’과 디폴트 가능성이 가져올 시장의 충격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디폴트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예상보다 불안해질 수 있다.

특히 2012년 유로존의 재정위기 당시 어려움을 겪었던 남유럽 국가들이 그리스발(發) 악재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5월 구제금융을 졸업했으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1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부채 비율이 GDP의 130% 수준에 도달하면 국가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8일 미국 정책연구기관 미국외교협회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의 디폴트로 이탈리아 정부의 채무가 350억 유로(약 44조 원)에서 740억 유로(약 91조8000억 원)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면 이탈리아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14%로 급증해 119%인 포르투갈에 이어 2위가 된다. 프랑스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이 95%로 이 국가들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정부 적자가 GDP의 4.2%에 이른다. FT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그리스발 금융위기를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한국도 영향권, 충격은 제한적”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 증감률이 그리스의 디폴트가 발생하면 1.4%포인트, 그렉시트가 발생하면 7.3%포인트 각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 사태가 유로존의 역내 성장률과 유로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의 양적완화로 원화 가치가 상대적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그리스 사태까지 겹친다면 한국 기업들이 받을 충격은 훨씬 더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악재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해도 여파가 금융위기를 일으킬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일본 등의 양적완화 정책이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 현재 유럽 은행들의 대(對)그리스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342억 달러(약 36조9000억 원)로 2010년 1284억 달러(약 138조7000억 원)와 비교할 때 26%에 불과하다.

채권단도 과거와 비교할 때 매우 단순하다. 2012년 위기 당시에는 다국적 보험기관과 은행권 등 민간 채권자가 다수였다. 하지만 그리스의 경우 채무의 80% 정도를 국제통화기금(IMF), EU, ECB 등 3개 기관이 가지고 있다.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5개국은 최근 위기대응기금(CRA) 설치를 위한 협정에 서명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해도 남유럽 국가들의 도미노 탈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실장은 “과거에 비해 유로존의 다른 국가들은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가 그리 크지 않다”며 “이 사태가 유로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로 글로벌 안전 통화인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다면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이유종·유재동 기자
#그리스#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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