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대목 5월인데… 1년 장사 망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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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파동’ 약령시장-농가 시름

‘가짜 백수오’ 파문 이후 백수오 제품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북 영주시에서 백수오를 재배하는 한 농민이 토종 백수오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가짜 백수오’ 파문 이후 백수오 제품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북 영주시에서 백수오를 재배하는 한 농민이 토종 백수오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어휴…. 진짜가 맞아요. 얼마나 설명해야 믿으시겠어요.”

2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약재상 앞에서 상인과 손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시어머니에게 선물할 백수오를 사러 왔다는 30대 주부에게 상인은 5분이 넘게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주부는 “아무래도 믿지 못하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상인은 “5월은 가정의 달이어서 ‘백수오 대목’인데, 올해 장사는 물 건너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가짜 백수오’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 제품에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다고 밝히면서 소비자들은 백수오 관련 제품 자체를 불신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는 꽤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 비슷한 굵기의 가짜 백수오, 비싸게 팔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반, 경북 영주시 단산면 농가에서 만난 권모 씨(62)는 “이럴 줄 알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중 백수오에 가짜가 섞여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어요. 백수오와 비슷해 보이는, 뿌리가 가는 이엽우피소가 일반 이엽우피소보다 비싼 값에 거래될 정도였으니까요.”

경북 최대의 약재시장인 대구약령시에서 이엽우피소는 식약처 발표 직전까지 1근(600g)에 4000∼7000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뿌리가 가는 이엽우피소 값은 8000원 선이었다. 1근 가격이 2만3000∼2만5000원인 백수오와 섞어 팔기 좋기 때문이었다. 일부 비양심적인 농민이나 약재상 입장에선 ‘꽤 남는 장사’였다. 권 씨는 “심지어 이엽우피소와 백수오를 교배해서 ‘반쪽짜리 백수오’를 파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식물 뿌리 서너 개를 내보였다. 이 뿌리들을 바닥에 긁었더니 긁힌 부분에 진물이 맺히는 것이 있었고, 진물 없이 긁히기만 하는 것도 있었다.

“(상처에) 진물이 맺히고 비교적 허연 빛깔이 나는 게 이엽우피소예요. 하지만 맨눈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아서 진짜 백수오에 섞어 팔아도 알기 쉽지 않지요. 관계당국이 꾸준히 점검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가라앉지 않을 겁니다.”

○ “관리 감독 손놓은 정부”

농가들은 가짜 백수오 파문의 여파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백수오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내츄럴엔도텍에 백수오를 납품하는 농가가 몰려 있는 충북 제천시는 ‘초상집’ 분위기다.

“앞으로 백수오를 어디에 내다 팔아야 할지 막막해요. 누가 우리 백수오를 믿고 사가겠어요.”(충북 제천시 백수오 재배 농민 유모 씨·57)

농민들과 상인들은 모두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국내 농가에 백수오 종자를 보급했으면 제대로 유통되는지도 잘 살펴봐야 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상인들만 죽어나는 것 아닌가요. 애초에 정부가 관리 감독을 잘했어야지요.”(경동시장 상인 김모 씨·59)

영주시 농민들은 “이번 사태로 토종 백수오에 대한 문의가 오히려 많아지고 있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돼 양심적인 농가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주=김유영 abc@donga.com·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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