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로 몰리는 돈… ‘박스권 환매 공포’ 벗어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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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동주 씨(30)는 지난달 초 연금저축펀드에 새로 가입한 뒤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연말정산 때 연금저축 세액공제 혜택을 보기 위해 가입을 고민하던 차에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한 달여 만에 이 펀드의 수익률이 5%를 넘어서자 이 씨는 최근 수익률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해외 주식형펀드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코스피가 오랜 박스권을 뚫고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겨울잠을 자던 국내 펀드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국내 주식형펀드가 오랜 손실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펀드 투자에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국 증시의 거침없는 질주에 힘입어 해외 주식형펀드에는 뭉칫돈이 몰린 지 오래다. 특히 1%대 초저금리로 보수적인 은행 고객들까지 펀드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 “노후준비 하려면 투자 위험 감수해야”

27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출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가 이어지고 있지만 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들어 23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공모형 국내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총 5조2337억 원으로 이 중 1조3656억 원은 코스피가 2,000∼2,050 사이일 때 들어왔다. 코스피가 2,050을 넘어선 이후에도 자금 유입은 지속돼 1조2679억 원이 유입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자산시장을 활성화하는 ‘최노믹스’ 정책으로 부동산 거래가 늘고 주식시장이 서서히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하반기(7∼12월) 코스피 2,050 이상에서도 총 3조5000억 원이 국내 주식형펀드로 유입됐다.

기존에 코스피가 2,000 선을 넘어섰을 때 투자했던 사람들이 원금을 회복하면서 자금을 찾고 있기 때문에 순유입(총 유입된 자금에서 총 유출된 자금을 뺀 것) 규모는 마이너스다.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7거래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고 올해 들어 24일까지는 총 8조2570억 원이 순유출됐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자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도 신규로 투자하는 자금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에는 박스권을 뚫고 신(新)고점을 경신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과거와 달리 코스피 2,000 이상에서도 국내 주식형펀드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1%대 초저금리시대에는 노후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투자를 장기로 해야 한다는 인식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 펀드시장 부활 관건은 해외펀드 세제개편

올해 글로벌 증시가 동반 회복세를 보이면서 해외 주식형펀드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점도 투자 분위기 형성에 한몫하고 있다. 해외 주식형펀드에는 2월 중 1547억 원이 순유입되면서 5년 7개월 만에 마이너스 대열에서 벗어났고 이후 순유입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24일까지 해외 주식형펀드의 순유입액은 1조7443억 원이다.

해외 증시 중에서는 중국과 유럽 증시가 해외 펀드시장 부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증시는 올 들어 40% 가까이 올랐고, 유럽의 양적완화 정책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해외 펀드 중 가장 자금이 많이 몰린 펀드는 중국본토펀드와 유럽펀드로 올해 자금 순유입액은 각각 9126억 원과 8499억 원이었다. 올해 자금 유입 상위 해외 주식형펀드 가운데 1, 2위는 유럽, 3∼5위는 중국본토 펀드가 차지했다.

오랜 가뭄을 겪던 펀드시장에 해외 펀드가 모처럼 단비를 내려주고 있지만 국내 펀드에 비해 불리한 세제규정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내 펀드와 달리 해외 펀드는 매매차익에도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되고, 투자 수익이 2000만 원을 넘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해외 펀드에 대한 세제가 국내 펀드에 비해 불리하다”며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도 과세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협회는 해외 펀드를 비롯한 금융상품 전반의 과세 체계 개편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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