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위 벽’ 허문 19세 정현, 한국 테니스 역사 갈아치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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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은 19세 정현이 세계 랭킹 100위의 벽을 허물었다. 한국 선수로 세계 남자 테니스 랭킹에서 ‘톱100’에 진입한 것은 2000년 11월 22일 99위를 처음 찍은 이형택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당시 이형택의 나이는 24세였다. 5년이나 빠른 나이에 이형택의 기록을 깬 정현은 이형택이 썼던 한국 테니스의 역사도 모조리 갈아 치울 기세다.

지난주 세계 107위였던 정현은 27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8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미국 조지아 주 서배너에서 끝난 남자프로테니스(ATP) 세인트 조지프 캔들러 서배너 챌린저 결승에서 세계 169위 제임스 맥기(아일랜드)를 2-0(6-3, 6-2)으로 완파하며 우승해 80점의 랭킹 포인트를 따낸 덕분이다. 한국 선수가 10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08년 8월 이형택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정현은 전화 인터뷰에서 “우승한 뒤 코치님과 한국 식당가서 갈비를 먹었다. 어제 먹은 스테이크 보다 맛있더라. 생각 보다 랭킹 상승이 빨라 기쁘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리겠다. 우선은 메이저 대회에서 승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현을 지도하고 있는 윤용일 전담 코치는 “1차 목표를 빨리 달성했다. 앞으론 메이저 대회 본선에 자동 출전할 수 있게 됐고, 투어 대회 레벨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현은 이달 초 참가 신청이 마감된 다음달 프랑스오픈에는 본선 자동 출전 대기 순번 13번으로 예선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랭킹이 반영될 6월 윔블던에는 단식 본선에 직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역 시절 이형택과 한솥밥을 먹었던 윤 코치는 “(이)형택이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국제무대에 뒤늦게 뛰어들었던 반면 (정)현이는 준비된 선수다. 어려서부터 풍부한 해외 경험으로 음식, 시차 등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만 해도 300위 안팎에 머물렀던 정현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된 서브의 속도를 시속 200km까지 끌어올렸고,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스트로크의 파워를 높였다. 하드 코트 뿐 아니라 이번 대회와 같은 클레이나 잔디 코트 등 어떤 종류의 코트에서도 일관된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정현은 “서브 넣을 때 밸런스를 잡는 요령이 생겼다. 이상적인 토스 위치를 찾으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윤 코치는 “메이저 대회는 5세트로 치러지는 만큼 체력을 강화하는 게 과제”라고 했다. 이형택은 “정현이 자랑스럽지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 더 강한 상대들과 맞서 이겨낼 수 있는 자신만의 확실한 강점을 극대화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현은 28일 귀국해 다음주부터 열리는 부산오픈과 서울오픈에 출전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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