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총파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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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24일 전국 17곳서 집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에 맞서 24일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영향력이 가장 큰 현대자동차 노조가 간부들만 총파업에 참여한 데다 공공부문도 당초 예상보다 적은 인원만 참여해 파업의 파장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광장 등 전국 17개 지역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연맹을 비롯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총파업에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전국 2829개 사업장에서 총 26만여 명이 이날 총파업에 동참했고, 서울 2만여 명 등 총 7만여 명이 총파업 집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파업 참여 시 형사 처벌하겠다고 경고한 전공노는 이날 오전 조합원 총회를 열고 총파업에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교조는 연차휴가를 한꺼번에 내는 방식으로 총파업에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전공노 5만여 명, 전교조 3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자체 집계했다. 전교조가 연가투쟁을 한 것은 9년 만이고 법외노조가 된 이후로는 처음이다.

그러나 개별 노조로는 영향력이 가장 큰 현대차 노조가 간부들만 총파업에 참여하고, 일반 조합원은 참여하지 않아 파업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약 3만4000명만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2∼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기아자동차(2만8000명)와 기아차 사내하청 조합원(2600명)을 제외하면 금속노조 소속 일부 조합원만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교에서 연가 승인을 두고 교장과 교사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기는 했지만 학교 수업도 전국적으로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교육부 집계 결과 전교조도 1500명 정도만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노의 상당수 지부 역시 징계나 형사처벌을 우려해 지도부가 지시한 비상총회를 취소하거나 점심시간에 총회를 여는 등 실질적으로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엔 80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행진 과정에서 일부 불법시위가 있었지만 경찰과의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당초 주최 측은 서울광장, 을지로 입구, 종각, 종로2가, 을지로2가 등 총 2.4km를 행진한 뒤 서울광장으로 돌아온다고 신고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4시 45분 서울광장을 출발해 종각까지는 폴리스라인을 잘 지키며 행진했지만, 5시 20분쯤 4000명(경찰 추산)이 종각에서 운현궁 앞 경운동 일원으로 몰려가 모든 차로를 점거하고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후 5시 50분 종로1가로 이동해 다시 모든 차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과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경찰이 4차 해산명령을 내린 뒤인 6시 40분경 차분히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 이날 대구에서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소속 2500여 명이 오후 3시 반부터 1시간가량 범어네거리를 점거해 통행이 차단되기도 했다. 시위대가 자진 해산을 거부하면서 경찰이 최루액과 물대포를 사용하는 등 양측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이날 총파업을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정치,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파업 지도부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파업을 주도한 전교조, 전공노 지도부 역시 검찰에 고발하거나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서울시청 별관과 종로의 건물 옥상 등에서 정권 비판 전단을 배포하거나 배포하려 한 3명을 연행했다.

유성열 ryu@donga.com·김희균·이샘물 기자
#총파업#민주노총#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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