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농협금융회장 내정자 ‘취업심사’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수출입은행장때 경남기업 무리한 대출 의혹
공직자 윤리위 “업무와 무관하고… 성완종 의혹은 판결전이라 고려안해”
金 “成 만났지만 대출 얘기는 없어”, 29일 취임… 檢수사따라 논란 커질수도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사진)가 24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통과했다. 김 내정자는 27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29일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김 내정자는 2011∼2014년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청탁을 받아 경남기업에 무리하게 대출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공직자윤리위는 김 내정자의 경력이 농협금융 회장 직무와 업무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간에도 격론이 벌어졌지만 수출입은행장 직무가 농협지주와 밀접한 업무 연관성이 없고, 취업 이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도 낮다는 판단이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장 재직 당시 경남기업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검찰이 조사에 들어간다 해도) 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는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열린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에서는 2급 이상 공무원은 소속 부서가 아닌 소속 기관에 따라 업무 연관성을 따지도록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이 처음 적용됐다. 취업 심사를 진행하는 공직자윤리위는 정부와 민간 출신 인사들로 구성되지만 민간 위원들이 과반수를 차지한다.

3월 말 농협금융 차기 회장에 내정될 때만 해도 김 내정자가 취업 심사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성완종 게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수출입은행의 경남기업 부실 대출 의혹이 검찰 수사로 번지고 대출 개입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향후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공직자윤리위가 이런 부담을 고려해 김 내정자의 심사 자체를 한두 달 보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취업 심사를 통과한 김 내정자가 농협금융 회장에 취임한 뒤에도 검찰 수사 진전에 따라 한동안 잡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가 행장으로 있던 수출입은행은 채권은행들 중 경남기업에 대출해 준 돈이 가장 많았다. 또 성 회장이 접촉했던 금융권 인사 목록에도 그의 이름이 들어있다.

김 내정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출입은행장을 맡아보니 이미 경남기업에 3000억∼4000억 원의 보증이 있었고, 이후 이뤄진 추가 대출도 채권단에서 보증비율에 따라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나간 것일 뿐”이라며 부당대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또 “성 회장을 만나고 통화한 적이 있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과 수출입은행장으로서 금융 전반에 대한 논의를 했을 뿐 경남기업 대출 관련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경남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아직까지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정황이 드러나면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간부들이 채권은행에 지원 압력을 행사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와 최수현 전 금감원장을 비롯해 당시 금융당국의 기업 구조조정 담당 라인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 내정자는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 기획관리실,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장,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거쳤다. 김 내정자의 임기는 2017년 4월 28일까지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우경임·신민기 기자
#김용환#취업심사#농협금융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