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여성 40%가 독자”…그림책에 빠진 골드미스들,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일 16시 04분


코멘트
“처음에는 애들이나 보는 거로 생각했는데….”

회사원 김정선 씨(38·여·가명)는 틈만 나면 회사 근처 서점을 찾는다. 미혼인 그녀가 최근 즐겨 구입하는 것은 ‘그림 책’이다. 현재까지 모은 그림책만 30권이 넘는다. 4만원이 넘는 그림책(나무들의 밤)도 최근 구입했다. 퇴근 후 틈만 나면 그림책을 본다. 김 씨는 “그림이 워낙 예술적이라 정서적 치유가 된다”라고 말했다.

○ 그림책 보는 골드미스?

출판계에 따르면 김 씨처럼 그림책을 사보는 직장인 여성들이 요즘 많아지는 추세다. 동아일보가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함께 최근 발간된 그림책 10권의 독자 연령 대를 분석한 결과 30대 여성의 비율이 31.6%나 됐다. 이중 40% 내외가 미혼 여성으로 예측됐다.

직장인 김서준 씨(33·여)도 친구에게 그림책을 선물 받은 후 ‘그림책 마니아’가 됐다. 김 씨는 “작가가 느낀 것을 한편의 이미지로 압축해 형상화한 것이 그림책”이라며 “마치 시 한 구절, 한 장의 사진과 같이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예스24 조선영 팀장은 “뮤지컬 연극 미술전 등을 즐기는 직장인 여성들이 그림책을 예쁘고 예술성 높은 아트북이나 일러스트집 개념으로 구매한다”며 “반면 직장인 남성은 그림책을 잘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책보다는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32쪽 내외의 그림책은 선물용으로도 부담 없다. 회사원 정모 씨(31·여)는 이달 초 그림책 ‘눈사람 아저씨’를 친구에게 선물했다. 정 씨는 “시집이나 카드처럼 감성적인 걸 주고 싶을 때 그림책을 선물한다”고 말했다.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실패를 겪은 친구에게 추천하는 그림책, 삶이 팍팍한 후배에게 권하는 그림책 등 상황별로 그림책을 분류한 글이 많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그림책 작가는 앤서니 브라운을 비롯해 존 버닝햄, 레이먼드 브릭스, 윌리엄 스타이그,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등이다. 3월까지 앤서니 브라운 작품 전을 여는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측은 “주말에는 아이 없이 주부들끼리 전시를 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최숙희, 김동성, 백희나 작가 등이 알려졌지만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작가는 드물다. 그림책 작가 이상화 씨는 “작가들 사이에서 성인을 위해 완성도를 높이고 예술적 면을 더 강조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귀띔했다.

○ 국내 그림책 시장, 영역 확대 중

국내에서 그림책이 활성화된 시기는 1990년대 중반. 당시 시공사를 비롯해 비룡소, 창비 등에서 본격적으로 아동문학과 어린이 그림책을 발간하기 시작했고 이탈리아, 일본 그림책 수입도 늘었다. 다만 유럽 등 해외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시장이 활성화됐다면 국내에서는 전집 위주여서 아동 교육용으로만 여겨졌다.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현재 30대 여성들은 그림책이 활성화된 9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내 성인이 된 후에도 그림책을 친근하게 느끼는 것”이라며 “일본은 20, 30대 여성을 주 소비자로 하는 그림책 시장이 형성돼 캐릭터 등 팬시상품도 인기를 끄는데 조만간 한국도 비슷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판사도 고급 재질과 수제제본으로 제작된 4만~6만 원 대 고급 동화책을 발간하는 등 성인 독자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림책 ’나무들의 밤‘은 4만원이 넘지만 2년간 3000부나 팔렸다. 그림책 ’나비부인‘도 6만원이 넘는데 호응이 높다.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등 책을 펼칠 때 입체적으로 그림이 튀어나오는 팝업 그림책도 인기다. 보림 출판사 박은덕 편집장은 “출판계 불황 속에서도 성인 대상 그림책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