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인성검사, 부적격 판정땐 형식적 면담뒤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人性검사, 100문항 인터넷평가로 15분만에 끝
보육교사 의무화로 본 졸속 실태

정부가 아동학대 방지 대책으로 보육교사의 인성검사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정작 이미 의무화된 유치원, 초중고교 교사에 대한 인성검사는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2013년부터 유치원 교사와 초중등 교사를 양성하는 모든 대학에 인성검사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재학 중 1, 2학년에 한 번, 3, 4학년에 한 번씩 두 차례 인성검사를 통과해야 교원자격을 받고 임용시험도 치를 수 있다. 대학 전문대의 모든 유아교육과와 교대 사범대 등이 대상이다.

그러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교사를 선발 단계에서 걸러낸다는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 인성검사는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는 검사시간 40분에 210문항으로 구성된 검사표준안을 각 대학에 전달했지만 일부 대학은 문항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검사시간도 15분 정도로 단축했다. 인성검사는 학생이 각자 학교 인트라넷에 접속해 치른다. 문항은 ‘나는 쉽지 않은 일을 스스로 해결해가며 보람을 느낀다’ ‘일을 할 때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등의 질문에 ‘그렇다’ ‘그런 편이다’ ‘그렇지 않은 편이다’ ‘그렇지 않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자가진단 방식이다.

이는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는 다면적 인성검사(MMPI) 방식으로, 보육교사 인성검사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대상자가 자신의 솔직한 심리 상태를 알고 싶다면 의미가 있지만 교원자격증이 달린 상황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결과를 왜곡하기 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대학은 부적격 판정을 받은 학생이 많아지면 개별면담 등의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통과하는 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지방의 한 교대는 “같은 질문을 각각 다른 번호에 두 번 배치하는 기법을 포함하고 있으니 동일 문항에는 동일한 답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사전에 공지했다. 지방의 한 전문대는 검사 대상자들에게 “강한 긍정 또는 강한 부정으로 답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부적격 판정을 받더라도 대학마다 이중 삼중의 구제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일부 대학은 통과할 때까지 재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재검사에서는 이전에 본 검사와 같은 문제를 똑같이 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대학은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면담을 거쳐 통과로 처리한다. 사실상 인성검사에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기능은 없는 셈이다.

서울 B대학의 교수는 “제대로 인성을 검증하려면 자기진단 검사 외에도 대면 면접, 상담, 장기간 관찰 등의 방법을 병행해야겠지만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교육실습 중에 인성을 평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아동학대#보육교사#인성검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