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비켜주고 범칙금” 사건 전말, 기막힌 반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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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월 26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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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구급차에 길을 양보했다가 과태료를 물었다’고 주장해 많은 누리꾼을 분노케 했던 사연이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구급차 비켜주다 과태료 무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해를 돕는 그림과 함께 “신호·과속 카메라가 있는 교차로 정지선 양 옆에 트레일러가 서있는 상태였고, 구급차가 내 뒤에 섰다. 구급차를 보내주기 위해 정지선을 지나 트레일러 앞쪽으로 차를 비켜 줬는데 그 후 범칙금 고지서가 발부됐다고”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찰청 민원실에 문의했지만 상담사로부터 ”양옆 트레일러는 딱지가 끊기는 것을 알았고 민원인은 몰랐기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법률구조공단에 다시 문의한 결과 ‘긴급차량 접근 시 주변 차량 운전자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해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고만 규정할 뿐, 정지선을 넘을 것까지 요구하고 있지는 않아 과태료 처분은 피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이 선진국 수준으로 가는 걸 막고 있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글은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며 크게 화제가 됐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생명보다 법이 우선인가” “앞으로는 구급차 길 터주지 않겠다” 등의 댓글을 달며 분노를 표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해당 글은 모두 한 누리꾼이 관심을 끌기 위해 지어낸 허위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추적을 통해 글쓴이가 이모 씨(25)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가 몇 년간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례 중 교차로 신호 위반 1건을 찾아냈다.

하지만 해당 교차로 CC(폐쇄회로)TV에는 이 씨가 시속 54km의 속도로 신호위반을 하는 모습 외에 구급차도 트레일러도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글쓴이는 자초지종을 묻는 경찰의 전화에 “일이 크게 번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답변만 하고 끊어버렸다.

이 씨의 허위 질문에 엉터리 답변을 한 법률구조공단 역시 확실한 법률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냈다.

경찰은 “구급차에 진로를 양보하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42조 규정에 의해 과태료 등 벌과금이 면제된다”고 강조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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