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무릎서 배운 바흐 기대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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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파울 굴다, 28일 유미정 교수와 협연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은 파울 굴다(오른쪽)와 유미정 씨. 두 사람은 피아노 한 대에서 네 손이 움직이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은 파울 굴다(오른쪽)와 유미정 씨. 두 사람은 피아노 한 대에서 네 손이 움직이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파울 굴다(53)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린다. 이번엔 피아니스트 유미정 씨(단국대 교수)와 함께 한다. 지난해 2월 첫 내한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뒤여서 기대치가 높다.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의 성(姓)에서 짐작되듯 그는 프리드리히 굴다(1930∼2000)의 아들이다. 외르크 데무스, 파울 바두라스코다와 함께 ‘빈 삼총사’로 불렸던 오스트리아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말이다.

25일 방한하자마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피아노 연습실로 들어선 그를 만났다. 함께 연주하는 유 교수는 피바디 음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예일대 음대에서 아티스트 디플로마를 취득했다. 미국 워싱턴 국제콩쿠르 등에서 입상했으며 섬세하고 표현력이 다양한 연주로 알려져 있다.

“바흐 평균율 1번이 프로그램 첫 곡으로 올라와 있더라”고 말을 건네자 굴다는 밝은 표정으로 연주곡목을 설명했다. “바흐는 아무리 연주해도 지나침이 없는 음악이고 평균율은 특히 미묘하고 신비로운 세계다. 베토벤 소나타는 내가 좋아하는 곡이고, 슈베르트의 도이치 춤곡은 한국에선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는 얘길 들은 터라 한국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이다.”

유미정 씨가 말을 보탰다. “굴다가 바흐 평균율 연주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쉽지 않은 여정인데 물 흐르듯 여유롭게 쳐내는 걸 보고 놀랐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무릎에서 배웠다고 하던데….”

아버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굴다는 그 추억을 들려줬다. “아버지가 피아노 앞에 앉아 바흐를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서 자랐다. 하지만 아버지가 나에게 바흐를 이렇게 연주해야 한다고 자세하게 설명해준 적은 없다. 나는 어떻게 하면 아버지처럼 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됐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명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아버지와 함께 야채를 다듬거나 파티 준비를 함께 했던 유년 시절 얘기를 들려주며 웃음 짓기도 했다.

말년에 재즈에 심취했던 아버지처럼 아들 굴다의 음악의 폭은 넓다. 그는 클래식뿐 아니라 재즈와 월드뮤직 등 장르를 넘나드는 연주로도 주목받는다.

굴다의 이번 공연은 ‘정통 클래식’ 연주다. 다양한 음악활동을 펼치는 그에게 클래식이란 어떤 의미일까. “모국어”라는 답이 나왔다. “나는 영어도 무리 없이 할 수 있지만 영어를 쓸 때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독일어를 쓸 때 가장 자연스럽다. 클래식은 내게 그렇게 모국어 같은 음악이다.”

유 교수와는 모차르트의 ‘네 손과 한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C장조’를 함께 연주한다. 이날 1악장 연습을 마친 뒤 유 씨는 굴다에 대해 “정말 아이디어가 많은 피아니스트”라고 했다.

“어떤 음악가가 되고자 하는가”라고 묻자 굴다는 “누구와도 닮지 않은 음악가, 나는 그저 굴다, 나만의 음악을 하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28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 5만 원. 070-8623-0502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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