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뮤지컬계 도산 잇달아… 性소수자 소재 작품 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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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문화계 되감아보기]<6>한 해를 달군 공연계 이슈

올해 뮤지컬 시장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게이’였다. 현재 연말 공연 대전에서 흥행을 이끌고 있는 뮤지컬 ‘킹키부츠’도 여장 남자 롤라와 엔젤 6인의 삶과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동아일보DB
올해 뮤지컬 시장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게이’였다. 현재 연말 공연 대전에서 흥행을 이끌고 있는 뮤지컬 ‘킹키부츠’도 여장 남자 롤라와 엔젤 6인의 삶과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동아일보DB
2014년 공연계는 4월 세월호 참사로 큰 타격을 받았다. 크고 작은 거리 축제가 취소됐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연극은 역대 최다 작품이 무대에 올랐지만 실속은 없었다. 뮤지컬은 전반적인 침체 속에 창작 뮤지컬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공연계 이슈를 짚어봤다.

○ 고사(枯死) 위기의 뮤지컬 산업

공급 과잉 양상을 보이던 뮤지컬계에서는 도산하는 제작사도 생겨났다. ‘쓰릴미’ ‘넥스트 투 노멀’을 제작한 중견제작사 뮤지컬해븐은 경영난을 겪다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두 도시 이야기’는 제작사와 배우, 스태프가 임금 체불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 7월 29일 저녁 공연이 시작 직전에 취소되는 초유의 일마저 벌어졌다. 제작사인 비오엠코리아 대표는 현재 잠적한 상태다.

○ 외화내빈 연극계

뮤지컬 시장이 위기를 맞자 투자자들의 눈길은 연극계로 향했다. 인터넷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집계에 따르면 올 한 해 무대에 오른 연극은 총 1821편으로 역대 최다였다. 작품 수는 늘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부실했다. 올해 연극 티켓 판매액은 총 243억 원으로 작품 수가 적었던 2011년(1500편·251억 원), 2012년(1560편·244억 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 대형 창작 뮤지컬의 성공

올해 뮤지컬 시장의 가장 큰 수확은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성공이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충무아트홀이 제작비 40억 원을 들여 만든 이 작품은 3월 11일부터 89회 공연되며 관객 8만 명에 수억 원의 수익을 기록해 초연작으로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뒀다. 업계에선 “영화로 치면 1000만 관객급 대박”이란 평도 나온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프랑켄슈타인은 침체된 뮤지컬 시장에서 창작 뮤지컬이 새로운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 게이 전성시대

유독 성적 소수자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무대에 많이 올랐다. 뮤지컬의 경우 ‘헤드윅’ ‘쓰릴미’ ‘프리실라’ ‘킹키부츠’ ‘라카지’가, 연극에서는 ‘M.버터플라이’ ‘프라이드’ ‘수탉들의 싸움’ ‘두결한장’이 있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성적 소수자를 다룬 작품의 특징은 소수자의 이야기이면서도 화려하고 보편적 감동을 주는 공통점이 있다. 언제나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코드”라고 분석했다.

○ 창극의 부활

올해는 ‘명품 창극’이 잇따랐다. 대표적인 작품은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꼽힌다. 1962년 국립창극단 창단 이래로 최초의 미성년자 관람 불가 공연이자 최장기 공연(26일간 23회)이 됐다. 23회 중 6회가 매진됐다. 또 세계적인 연출가 안드레이 셰르반이 창극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다른 춘향’도 호평을 받았다.

제작사와 배우, 스태프의 임금 갈등으로 공연 직전 취소된 적이 있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동아일보DB
제작사와 배우, 스태프의 임금 갈등으로 공연 직전 취소된 적이 있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동아일보DB
○ 분란의 서울시향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20년 역사의 세계적 클래식 음악축제인 영국 BBC 프롬스에 국내 오케스트라 가운데 처음으로 초청받아 8월 역사적 데뷔 무대를 가졌다. 하지만 12월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이 박현정 대표의 막말과 성추행 의혹 등을 담은 호소문을 언론에 배포하며 박 대표의 퇴진을 요구해 내홍에 휩싸였다. 박 대표도 서울시향 조직이 비효율적이고 정명훈 감독의 사조직이나 마찬가지라며 반격에 나섰다. 정 감독 또한 박 대표가 퇴진하지 않으면 본인이 물러나겠다는 강수를 뒀다. 정 감독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로, 현재 서울시와 재계약을 논의 중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킹키부츠#게이#두 도시 이야기#뮤지컬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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