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 생애 첫 태극마크 발탁…슈틸리케 “그동안 찾던 공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2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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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얼떨떨하네요.”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출전할 선수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된 선수는 한 명뿐이었다. 공격수에 이름을 올린 이정협(23·상주 상무)이었다. 이정협은 조영철(25·카타르SC), 이근호(29·엘 자이시SC)와 함께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공격을 책임진다. 관심을 모았던 박주영(29·알 샤밥)은 소속팀에서의 부진으로 발탁되지 않았다.

무명에 가까운 이정협의 발탁은 깜짝 그 자체였다. 지난해 부산 아이파크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해 27경기에서 2득점을 기록했다. 대부분 교체 출전이었다. 올해 상주 상무에서는 주로 후반 조커로 기용되며 25경기 4득점을 올렸다. 12월 제주에서 열린 전지훈련에 이름을 올릴 때도 그가 대표팀에 발탁되리라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은 A매치 경험이 전무하고 소속 팀에서도 선발이 아닌 후보에 가깝다. 하지만 그동안 몇 차례 K리그 경기와 제주 전지훈련에서 그의 잠재력과 기량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이동국(35·전북 현대), 김신욱(26·울산 현대)이 맡았던 타겟형 스트라이커다. 최전방에서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을 통해 자리를 잡고 공격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몸싸움에도 능해야하고 그를 목표로 올려준 좌우 크로스를 받아 공중공격에도 나선다. 이 포지션은 대개 체격조건이 뛰어난 선수가 맡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은 그동안 찾던 전형적인 타겟형 공격수다. 상대방 진영 깊숙하게 들어가서 역할을 해줄 것이다”고 말했다.

키 186cm의 장신 공격수인 그는 폭넓은 활동량과 제공권이 장점이다. 부산 한정국 사무국장은 “팀플레이에 능하고 공간 창출은 물론 다른 선수들에게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다”고 평가했다. 상주 박항서 감독도 “행동반경이 넓어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를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다른 좋은 선수들도 많았는데 내가 뽑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항상 대표팀에 들어가는 꿈만 꿨다. 관중이 많은 A매치에서 뛰면 어떤 느낌일까 많이 상상했다. 대표팀에 들어가리라고는 20%정도만 기대했다. 아직도 꿈만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원래 이름은 ‘이정기’다. 지난해 12월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그는 “팀 동료인 이원영이 이름을 바꾼 뒤 좋은 활약을 하는 것을 보고 상무에 입대하기 전 축구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개명했다. 개명한 뒤 좋은 일이 생겨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한편 발탁이 유력했던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와 윤석영(24·퀸즈파크 레인저스)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홍정호는 최근 발등이 좋지 않아 회복에 3주가 걸린다고 확인했다. 윤석영도 허리와 발목이 좋지 않아 소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27일 호주로 출국해 호주, 쿠웨이트, 오만과 함께 A조에서 조별리그를 벌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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