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9연패후 5연승…아내-자식 빼고 다 바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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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동아일보DB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동아일보DB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어록은 유명하다. 1993년 독일에서 기업 혁신을 주장하면서 한 말이다. 프로농구 전자랜드를 이끌고 있는 유도훈(47) 감독이 딱 이런 심정이다.

시즌 9연패로 최하위까지 내려갔던 전자랜드가 5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26일 LG전에서도 78-74로 이겼다. 순위는 중위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연패 충격을 겪으며 유 감독은 팀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줬다.

12일 7연패 상황에서 만난 SK전을 앞두고 유 감독은 머리를 짧게 잘랐다. 예전에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삭발'을 했지만 이번에는 "화가 나서…"라는 이유를 대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무한 책임을 돌리는 자책의 행동이었다.

유 감독은 평소 칭찬을 아끼지 않던 주태수를 최근 2군으로 보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도 팀 고참으로 무게 중심을 잡던 제자를 과감하게 전력에서 제외시킨 것. 대신 그동안 부진했던 함준후(개명 전 함누리)와 프로 2년차 이정제 등 경기 출장에 목말라하던 선수들을 기용했다. 그러자 전체적으로 선수단의 투지가 살아났다.

주전 가드 정영삼의 잠재력을 이끌어낸 것도 큰 변화다. 유 감독은 부상 중인 정영삼에게 코트 장악의 '전권'을 줬다. 정영삼은 5연승 기간 동안 공수에서 잠재돼 있던 리더십을 쏟아냈다. 유 감독은 "정영삼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치고 있다"며 "이런 선수를 데리고 있는 게 행운"이라고 말했다.

용병으로 주장을 맡고 있는 리카르도 포웰에게는 명확한 역할을 줬다. 시즌 초 체중이 불어 활약이 미비하던 포웰에게 경기에서 선수들을 관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포웰은 연패 기간에도 기록 걱정 없이 선수들을 통솔하며 스스로도 식이요법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유 감독은 농구계에서 '독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코트에서 보여주는 독기 가득한 그의 눈빛에서 변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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