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도망가지도, 기다리지도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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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日 미야자키 캠프의 김태형 감독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일본 미야자키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플레이로 상대를 흔들었던 두산의 호쾌한 야구 스타일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김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두산 제공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일본 미야자키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플레이로 상대를 흔들었던 두산의 호쾌한 야구 스타일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김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두산 제공
두산이 올해처럼 무색무취한 야구를 한 적이 또 있었을까. 올해 두산 야구에는 화끈한 공격도, 치밀한 작전도 없었다. 특유의 발야구도, ‘화수분’ 야구도 아니었다. 6위라는 성적보다 팬들을 더 실망시켰던 것은 사라진 팀 컬러였다.

그러나 내년엔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 두산 야구 DNA가 각인돼 있는 김태형 감독(47)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SK 배터리 코치였던 그는 선수와 코치로 22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정통 ‘베어스 맨’이다.

24일 일본 미야자키 현 사이토 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자신의 야구관과 팀 운영 방향 등을 거침없이 밝혔다. 두 단어로 요약하면 ‘닥공(닥치고 공격)’과 ‘기본’이다.

빠른 2루 송구를 위해 기본 자세를 반복 훈련하고있는 두산 포수들. 두산 제공
빠른 2루 송구를 위해 기본 자세를 반복 훈련하고있는 두산 포수들. 두산 제공
○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공격적인 플레이다. 도망가지 말고 맞서 싸우라는 것이다. 스스로도 “초보 감독답게 부딪쳐 이겨 내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두산 야구 하면 ‘허슬두(Hustle Doo·허슬 플레이와 두산의 합성어)’ 아닌가. 예전부터 우리 팀은 공격적인 야구를 했을 때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는 공격적으로 붙어 승부를 내야 한다. 안타나 홈런을 맞으면 투수를 바꿔주면 된다. 도망가는 피칭이 제일 나쁘다. 결과를 떠나 그런 피칭은 상대방에게 흐름을 내주게 된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도 3할이다. 3번 져도 7번 이기면 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타자들에게 좋은 공이 들어오면 기다리기보다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릴 것을 주문했다. 그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당연히 자신 있게 쳐야 한다. 내년엔 경기 초반 한 점을 내려고 번트를 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 “기본을 안 지키면 함께 가지 않는다”

올 시즌 SK 코치로 지켜본 ‘친정팀’ 두산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는 “팀이 색깔을 잃고 주저앉은 건 4강 탈락이 확정된 이후다. 시즌 초만 해도 두산 특유의 모습이 살아 있었다. 다만 시즌 후반 기본을 지키지 않는 몇몇 선수들의 모습이 보기 안 좋았다”고 했다.

그가 매의 눈으로 잡아낸 안 좋았던 장면들은 뒤진 상황에서 상대 선수와 농담하며 웃기, 땅볼을 치고 1루까지 전력질주 안 하기, 주자로 나가서 건성으로 리드하기 등이다.

김 감독은 “선수 때도 후배들이 그런 플레이를 하면 눈 뜨고 못 봤다. 실력이 모자라는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야구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건 두고 보지 않겠다. 그런 선수는 우리 팀에서 함께 야구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했다.

○ “김인식-김경문 감독님에게서 배운다”

두산 야구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1년까지 두산은 감독이 한 번밖에 바뀌지 않았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이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김경문 현 NC 감독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두산을 이끌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와 코치로 두 선배 감독들과 인연을 맺었다. 김인식 감독 시절에는 3년간 주장을, 김경문 감독 시절에는 배터리 코치를 각각 맡았다.

김 감독은 “두 분 모두 선수들을 최대한 믿고 기다려주는 스타일이었다. 한번 믿으면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 주셨기에 무명 선수들이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다. 두 분에게서 배운 것을 업그레이드시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감독님은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누구보다 철저하지만 운동장을 벗어나면 무척 편하고 재미있는 분이다. 선수들이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른다”고 말했다.

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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