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교는커녕 하루 1달러 중노동… 300만 시리아 아동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세이브 더 칠드런’ 교육실태 보고서… 학교 3465개 파괴-피란민 거처로
39%는 “공습 트라우마에 악몽”… 난민아동은 차별-폭력 시달려

“갑자기 무장한 사람들이 와서 마을을 점령했어요. 2주 뒤엔 마을이 밤낮없이 폭격을 당했어요. 학교 벽이 무너졌고 사람들은 장비와 컴퓨터를 모두 훔쳐갔어요.”(살람·가명·12세)

시리아 어린이들의 눈에 비친 내전의 한 장면이다. 국제 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이 시리아 내전이 이 나라 어린이들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 ‘위협 받는 미래(Futures under threat)’를 21일 냈다. 교육받을 기회를 잃고 생계를 위해 육체노동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보고서는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 어린이 150만 명을 포함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리아 어린이 550만 명 중 300만 명이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쟁으로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면 이후 사회 재건에도 큰 장애가 돼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이 단체의 셜리 로 중동·유라시아지역사무소 선임자문관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노동과 조혼, 납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북부 알레포의 한 학교에선 미술 전시회에 참석한 아동 33명과 학부모 3명이 공습을 받아 숨졌다. 지금까지 이런 폭격으로 최소 3465개 학교가 일부 또는 전부 파괴됐고 학교 1000여 곳은 피란민용 거처로 쓰인다.

이 단체가 아동 347명을 조사한 결과 39%는 주기적으로 악몽을 꾸며 42%는 자주 슬픔을 느낀다고 답했다. 다른 조사에선 아동의 절반가량이 ‘거의’ 또는 ‘전혀’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문명사회가 금지한 ‘아동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정도 속출하고 있다. 북부의 한 지역에선 100명이 넘는 어린이가 하루 8시간씩 큰 탱크에서 흘러나온 디젤유를 스펀지로 빨아들인 뒤 손으로 짜 통에 담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이 하루에 받는 돈은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분쟁 이전 100%에 가까웠던 취학률은 수직으로 떨어졌다. 알레포에선 취학 어린이가 10%도 안 되며 홈스와 이들리브 지역도 출석률이 50% 이하다.

시리아를 가까스로 탈출한 어린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시리아를 떠난 난민 300만 명 중 80%가 난민 거주지역이 아닌 옮겨간 국가의 빈민촌에 살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인 생계를 이어가기도 벅차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없는 데다 대부분 급한 피란길에 서류를 챙겨오지 못했다. 가까스로 학교에 들어가도 현지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3년 반 동안 19만 명이 숨졌다. 내전 도중 반군인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키우면서 어린이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시리아#시리아 어린이#세이브 더 칠드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