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청량감… 또 한번 해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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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룬5, 2년만의 신작 앨범 ‘V’

미국 밴드 마룬5. 학업에 집중하려고 재작년에 팀을 떠났던 제시 카마이클이 돌아와 6인조가 됐다. 왼쪽부터 제임스 밸런타인(36·기타), 미키 매든(35·베이스기타), 애덤 러빈(35·보컬, 기타), PJ 모턴(33·키보드), 제시 카마이클(35·키보드), 맷 플린(44·드럼).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미국 밴드 마룬5. 학업에 집중하려고 재작년에 팀을 떠났던 제시 카마이클이 돌아와 6인조가 됐다. 왼쪽부터 제임스 밸런타인(36·기타), 미키 매든(35·베이스기타), 애덤 러빈(35·보컬, 기타), PJ 모턴(33·키보드), 제시 카마이클(35·키보드), 맷 플린(44·드럼).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사귄 지 얼마 안 된 친구(동성이든 이성이든)를 저녁식사에 초대할 때, 거실에 틀어놓을 음악으로 마룬5를 고르는 일은 꽤나 안전하다. 이 미국 밴드의 음악은 개그콘서트 같으니까. 몇 년째 엇비슷한데 재미는 쏠쏠하다. 요즘 유행 코드가 다 섞여 있다. 적어도 15초에 한 번씩은 작은 하이라이트, 50초에 한 번씩은 큰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짜장면 가락 들어올리며 흘깃거려도 따라갈 수 있다.

‘디스 러브’ ‘쉬 윌 비 러브드’ ‘메이크스 미 원더’ ‘무브스 라이크 재거’ 같은 미끈한 노래로 21세기 들어 제이슨 므라즈, 비욘세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꾸준하게 큰 인기를 누려온 팝스타 마룬5가 1일 새 앨범 ‘V’를 냈다. 발매와 함께 수록곡 여럿이 국내 음원 차트 종합 순위 상위권에 진입했다. 한국 가수 수준의 인기다. 6월에 먼저 공개한 수록곡 ‘맵스’는 국내 8개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마룬5에 대해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멜로디와 그루브(출렁이는 리듬감)를 모두 잘 만드는 동시에 그 둘을 가장 대중적이고 심플하게 결합하는 법을 아는 밴드”라고 설명했다.

마룬5의 신작 ‘V’ 표지.
마룬5의 신작 ‘V’ 표지.
‘V’는 마룬5가 2년 만에 낸 음반이다. 전작 ‘오버익스포즈드’에 실린 ‘원 모어 나이트’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막아내며 9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마룬5의 팬이라면 ‘V’를 여는 세 곡, ‘맵스’ ‘애니멀스’ ‘잇 워스 올웨이스 유’만으로도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마룬5를 싫어하는 이라면 ‘자판기에서 뽑은 코카콜라’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콜라가 그렇듯, 그 청량감 역시 거부하기 힘들다. 마룬5가 가장 잘하는 걸 또 한 번 잘 해냈다.

보컬 애덤 러빈의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날렵한 보컬, 디스코, 펑크, 레게, 솔, 힙합, 록의 요소를 얄미울 정도로 잘 버무린 편곡과 연주는 상업적 밴드 음악의 정점을 이룬다. 러빈의 보컬은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음정 간격이 완전5도∼단7도에 이르는 낙차 큰 멜로디를 누차 뿜어낸다. ‘V’에 대해 영국의 가디언지는 “왜 사람들이 마룬5 노래가 끝난 뒤 2초 만에 잊어버리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혹평한 반면, 미국의 대중문화 전문지 롤링스톤은 “전문가다운 손길이 극도로 인상적인 것을 만들어냈다”며 반겼다.

국내 팝 전문가들은 마룬5의 상업적 생명력을 높게 쳤다. ‘V’를 평작이나 수작으로 진단했다. 이대화 평론가는 “마룬5는 변화에는 소극적이지만 완성도만큼은 한 번도 실망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경인방송FM ‘박현준의 라디오 가가’의 박현준 DJ는 신작에 대해 “21세기 현재를 즐길 수 있는 모든 팝의 형태가 이 안에 있다”며 호평했다.

이진섭 팝 칼럼니스트는 마룬5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신작을 최고로 쳤다. 그는 “두꺼운 멜로디와 펑키(funky)함으로 성장과 변이를 거친 밴드 사운드에 노련미를 더한 앨범” “노련함과 팀워크가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어 인기와 음악적 신뢰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음반”으로 평했다.

이경준 평론가는 ‘V’를 마룬5의 평작으로 보면서도 “이전 앨범의 어중간함을 어느 정도 만회했으며 이들이 단순히 쉽게 각인되는 멜로디 제조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점”은 높게 샀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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