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윤곽]가업 1년만 종사해도 상속공제… ‘장수 중견기업’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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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담배소비세를 사실상 인상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인상 명분이 있는 분야에서 최대한 세수(稅收)를 확보해 이 재원으로 경기부양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침체로 세수 부족 우려가 커지는 등 재정을 마련할 수단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최대한 세금을 끌어모아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를 잠재우면서 내수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복안이다. 담배소비세 인상과 대기업 사내 유보금에 대한 법인세 추가 과세 등을 놓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증세’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세수 확대가 아닌 국민건강 증진과 가계소득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 담배소비세 부과 방식 바꿔 세금 확대

정부가 29일 담배소비세 인상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선 것은 담배 가격 인상을 위한 명분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성인 남성 흡연율은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담배 가격은 2004년 12월 이후 10년 가까이 인상되지 않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10여 년간 담뱃세를 인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건강을 위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담뱃세 인상 움직임에 불을 지폈다.

이에 따라 안전행정부는 지방세인 담배소비세 부과 방식을 변경해 담뱃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500원짜리 담배에는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원, 부가가치세 227원, 국민건강증진기금부담금 354원, 폐기물부담금 7원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 1550원이 붙어 있다. 이 중 담배소비세는 가격과 상관없이 20개비 한 갑에 고정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 방식이다.

하지만 안행부는 개정안을 통해 담배소비세 부과 방식을 가격에 비례하는 종가세로 전환할 방침이다. 2500원짜리 담배에 물리는 담배소비세 비중인 25.64%를 기준으로 삼아 가격이 비싼 담배에도 같은 비율의 세금을 매겨 더 많은 담배소비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4000원짜리 고급 담배 한 갑에 부과되는 담배소비세는 641원에서 1026원으로 60%가량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 담배소비세 부과 방식을 바꾸면 담배소비세의 50%를 부과하도록 돼 있는 지방교육세도 함께 오른다.

정부가 이처럼 담뱃세 인상을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것은 담뱃세가 세수 증대 효과가 높은 대표적인 세원이기 때문이다. 안행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담배소비세를 통해 거둔 세금은 2조8500억 원으로 전체 지방세수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 중소기업 세제 지원 늘려 내수 활성화

대기업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도 법인세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통해 이익의 일정 수준 이상 배당과 임금 증가, 투자에 사용하지 않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10∼15% 비율로 법인세를 추가 과세할 방침이다. 2008년 법인세를 25%에서 22%로 깎아준 만큼 이를 배당, 임금 증가, 투자에 사용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인하 폭(3%포인트)만큼 추가로 세금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으로 마련된 재원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에 투입할 방침이다. 담배소비세 등 지방세도 바로 내수 활성화에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지출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지방 지원 부담을 낮춰 정부가 내수 활성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기재부는 또 올해 세법 개정안을 통해 중소기업 가업상속 공제 요건을 완화하고 접대비 비용 한도도 늘려줄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매출 3000억 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상속재산의 100%(500억 원)를 공제해주는 가업상속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상속인이 가업에 2년 이상 종사해야 했지만 내년부터는 종사 기간을 1년 이상으로 완화하거나 아예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1998년 이후 16년째 연간 1800만 원으로 고정돼 있는 중소기업 접대비 한도도 2500만 원 안팎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렇게 되면 연매출 100억 원, 순이익 10억 원인 기업이 접대비로 인정받아 줄일 수 있는 세금 규모가 76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담배소비세와 주민세가 인상되면 반발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세법 개정안에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중산층 증세’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가운데 담배소비세 등이 오르면 또다시 증세 논란이 제기될 소지도 있다.

실제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담뱃세, 주민세 인상 움직임에 대해 서면논평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증세 부담을 집중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담뱃세, 주민세 인상으로 일부 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내수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확대 등을 보면 증세 기조라고 보기 어렵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해 지원이 필요한 곳에는 세금을 낮추고 명분이 있는 곳에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문병기기자 weappon@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세법개정안#가업 상속공제#담배소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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