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영화 ‘군도’의 두 남자… 하정우, 강동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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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 “고개 까딱이는 도치, 윤감독의 평소 모습” ▼
단순히 분노하는 백성이 아닌 주체적으로 성장하는 민초 그려


하정우에게 강동원이란? “만날수록 편안한 친구. 작품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좋았어요.”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하정우에게 강동원이란? “만날수록 편안한 친구. 작품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좋았어요.”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는 흥겹게 즐기는 오락영화입니다. 어떤 작품이든 아쉬움은 남지만, 윤종빈 감독이나 저나 한 발 더 나아갔다고 확신합니다.”

소문대로였다. 23일 개봉한 ‘군도…’에서 주인공 도치(혹은 돌무치)를 맡은 배우 하정우(36)는 달변가로 알려져 있다.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나 보니 점잖으면서도 유쾌함이 물씬했다. 차 한 잔이 아니라 술 석 잔을 마셔도 들을 얘기가 있을 듯한 분위기는 그의 엄청난 ‘무기’다.

그런 하정우가 무지렁이 백정 역이라…. 얼핏 잘 이어지질 않지만, 그는 극 중에서 이를 매끄럽게 체화했다.

“핵심은 ‘성장’이었습니다. 물정 모르던 백정이 가족을 잃고 도적의 무리에 합류해 복수를 꿈꿔요. 하지만 태생적 한계는 여전하죠. 거기서 오는 불균형이 웃음도 유발하고요. 그 미묘한 줄타기 속에서 도치는 뭔가를 깨달아 갑니다. 단지 억압에 분노하는 백성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성장하는 민초의 과정을 담은 거죠.”

묵직할 줄 알았던 민란에 B급 유머를 입힌 것도 의도된 것이란다. 윤 감독과 “무조건 재밌는 작품으로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부터 ‘비스티 보이즈’(2008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년)까지 세 작품을 함께했던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로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 군도 역시 구상 초기부터 함께 논의했다.

“영화에서 틱 장애처럼 고개를 까딱거리는 버릇이 나와요. 그거 윤 감독 따라 한 겁니다. 본인도 재미있다고 웃던데요? 하하, (윤 감독은) 정직하고 바른 사람입니다. 함께 영화를 만들고 함께 커 왔다는 동지 같은 믿음도 있죠. 군도 역시 베스트를 뽑았어요. ‘범죄와의 전쟁…’보다도 더 만족스러워요.”

지난해 ‘롤러코스터’를 통해 감독으로도 데뷔한 하정우는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이 원작인 ‘허삼관 매혈기’를 촬영하고 있다. 이번엔 감독에 주연까지 맡았다. 화가로서도 주목받은 그는 내년 2월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격이에요. 뭔가를 경험하고픈 욕구가 큽니다. 항상 모자란 걸 채우고 싶다고나 할까. 물론 쉬기도 합니다. 전남 순천에서 촬영하다 근처 편백나무 숲에서 꼭 산책을 해요. 휴식도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 강동원 “풀어헤친 긴머리가 그렇게 멋있었나요” ▼
군도가 맞서는 ‘악의 축’ 조윤役… 서자 출신 상처 많은 삶에 공감


강동원에게 하정우란? “저랑 너무 달라서 더 친해졌어요. 다음에 현대극에서 또 만나자고 했죠.”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강동원에게 하정우란? “저랑 너무 달라서 더 친해졌어요. 다음에 현대극에서 또 만나자고 했죠.”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강동원(33)과의 인터뷰 장소는 여기자들로 북적거렸다. 언뜻 ‘부흥회장’ 분위기도 났다. 농담 삼아 ‘안구 정화’ 하러 왔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삼삼오오 진행된 그룹 인터뷰에서 여기자들은 강동원이 말할 때마다 일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23일 개봉한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는 그의 복귀작. 그사이 공익근무를 마쳤고 휴식기를 가졌다. 그는 “오랜만의 촬영이라 긴장해선지 촬영 내내 뒷목이 뻣뻣했다”면서도 “좋은 선배들과 작업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영화에서 강동원이 맡은 역은 세도가 조윤. 도치(하정우)를 비롯해 ‘군도’가 맞서는 영화 속 ‘악의 축’이다. 그는 조윤에 대해 “서자로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상처가 있다. 악역이지만 공감 가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출연을 결심한 데는 윤종빈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다. “시나리오 작업 전에 만났어요. 보면 ‘감’이 오는 사람이 있는데 감독님이 그랬죠. 악역인데 괜찮겠냐고 하셨을 때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했죠.”

강동원은 ‘군도’의 ‘때깔’을 위해 스스로를 꽤 괴롭혔다. 칼 쓰는 장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섯 달가량 검술을 배우고 4kg 정도 살을 뺐다. “저도 체중에 따라 이미지가 꽤 달라져요. 평소 68∼69kg 정도인데 ‘샤프’해 보이려고 살을 많이 뺐죠. 64kg이 마지노선이에요. 더 빼면 불쌍해 보이거든요.”

영화 속에서 상투가 잘려 긴 머리를 풀어헤치는 모습은 시사회 때부터 화제였다. 이 작품의 ‘숨은 여주인공은 강동원’이라는 농담도 돌았다. “그 장면은 제작진도 무척 좋아하셨어요. 감독님은 다음 작품에서 계속 머리 풀고 한번 찍자고 하시더군요.”

‘군도’ 이후에는 9월 개봉하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송혜교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데뷔 초 꿈을 ‘지구 정복’이라고 말했던 그는 앞으로 세계시장 진출을 고려해 외국어 공부도 하고 있다. 영어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 중국어와 일본어도 도전할 예정이라고.

연애는 안 하나? 늘 해온 공식 답변은 “있어도 없고 없어도 없다”. 그러나 여성 팬들을 위해 ‘공공재’로 남을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는 단호했다. “어머니 들으시면 얼마나 서운해하시겠어요. 연애하며 살아야죠. 저도 사람인데….”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군도#하정우#강동원#윤종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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