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뽑아도 TV 볼 수 있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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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5m거리서 209W 무선전력전송 기술 개발
스마트폰 40대 동시충전 가능

5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막대코일에서 발생한 209W의 전력은 TV 옆에 놓인 막대코일을 통해 TV에 공급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앞으로 와이파이 존처럼 ‘무선충전존’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KAIST 제공
5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막대코일에서 발생한 209W의 전력은 TV 옆에 놓인 막대코일을 통해 TV에 공급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앞으로 와이파이 존처럼 ‘무선충전존’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KAIST 제공
전원 케이블에 연결하지 않고도 휴대전화 충전이나 TV 시청이 가능한 ‘무선전력전송 기술’의 가장 큰 한계는 전력을 무선 신호로 보낼 수 있는 거리다. 다양한 방식의 기술이 나왔지만 전력을 보낼 수 있는 거리가 너무 짧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임춘택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사진)팀은 “무선전력전송장치에서 5m 떨어진 곳에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TV 전원을 켜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209W(와트) 수준의 전력을 무선 신호로 전송하는 기술로는 세계 최장 거리다. 5m 떨어진 곳에서도 스마트폰 40대를 동시에 충전하거나, 선풍기 5대를 동시에 켤 수 있다는 의미다.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마린 솔랴치치 교수팀이 2.1m 거리에서 60W의 전력을 전송하는 데 성공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솔랴치치 교수는 입력코일과 부하코일을 이용해 송·수신 코일의 증폭을 2000배 가까이 극대화시키는 ‘자기결합 공진방식(CMRS)’을 이용해 원거리 전송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무리하게 증폭시키면 코일이 주변 환경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주변에 움직이는 사람이 있거나 온도가 변해 전력 신호의 주파수가 조금만 바뀌어도 전력 전송에 실패했던 것. 무선 전력 신호 주파수도 100만 Hz(헤르츠)로 높아 효율성이 떨어졌다.

임 교수팀은 CMRS 대신에 ‘다이폴 코일 공진방식(DCRS)’을 시도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했다. DCRS는 기다란 막대형의 코일을 이용하는 것으로 CMRS에서 사용하는 원형 코일과 달리 100배만 증폭시켜도 전송할 수 있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1000Hz대의 낮은 주파수에서 동작하기 때문에 효율성도 우수하다.

임 교수는 “2011년 일본 원전사고 당시 계측기 전원이 끊겨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런 재난재해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이라며 “앞으로 와이파이 존처럼 무선 신호를 받을 수 있는 특정 장소에 접근하면 충전기나 전원 케이블이 없어도 전자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달 국제전기전자공학회 전력전자 저널(IEEE Trans. on Power Electronics)에 실렸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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