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란-글로벌 금융위기 연타 충격, 성장잠재력 ‘털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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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봄을 맞는데… 한국경제만 한겨울 왜?

선진국의 경기 회복에도 한국 경제가 쉽게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은 내수 부진과 기업 투자심리 악화, 일본의 아베노믹스 등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내외 요인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브라질 같은 신흥국 성장세가 한층 둔화되고 있고 자국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미국이 대외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있어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라는 호재를 타고 높이 비상할 것 같았던 국내 증시는 연초부터 힘이 빠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지금처럼 잠재성장률이 정체되다가는 자칫 ‘성장률만 선진국 수준인 신흥국’으로 영영 남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 경제적 충격 겪으며 세계경제 추세선 이탈


1970∼90년대 고도성장기에는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수준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올리는 것이 당연시됐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2000년대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3년 카드사태가 대표적인 계기였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2년만 해도 7%대로 세계평균(2.9%)을 월등히 넘어섰지만 2003년 2.8% 대 3.8%로 역전되고 말았다. 이후 글로벌 경제는 호황기를 맞았지만 무분별하게 발급된 카드로 신용대출을 써 가계 빚이 늘어난 한국은 내수 부진이라는 후유증에 시달리며 성장률이 정체되기 시작해 세계평균을 지속적으로 하회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2009, 2010년은 정부 재정의 힘으로 세계평균 성장률을 앞섰지만 이후에는 평균을 밑도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기업 투자가 얼어붙고 부동산시장이 극도의 침체에 빠지면서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된 탓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세계평균보다 높이겠다고 목표를 정했지만 연초부터 달성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 경제의 주된 성장 동력인 수출 전선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가 가속화하면서 전자와 자동차 등 한국 대표기업의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연초부터 주가는 크게 출렁이고 있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내놓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10월의 전망보다 17.5%, 13.3%씩 하락한 상태다.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주는 ‘낙수(落水)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통상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한국이 수출 증가세를 보이는 등 긍정적 영향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예전만큼의 수출 증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감세 혜택을 주며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등 미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높여 수입의 필요성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경제구조의 개혁 지연도 원인

한국이 연초부터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경제의 구조 개혁에 소홀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2008년 이후 부채 축소와 긴축정책을 펴며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이 덕분에 최근의 경기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 기간에 오히려 가계부채가 급증해 최근 1000조 원을 돌파했다. 선거를 여러 차례 거치면서 대중 영합적 정책이 쏟아져 기업의 투자환경이 악화돼 내수 부진으로 이어졌다. 특정 업종과 기업에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의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 진행되지 않아 이런 결과가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이미 2011년부터 한국 경제는 선진국 경제와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지나친 경제민주화 요구와 강성 노조의 영향으로 투자를 제약하는 각종 규제가 늘어난 게 저성장을 일으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선진국들이 수입 의존도를 낮추면서 세계 경기가 회복되는 속도에 비해 교역량이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수출 주도형 국가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원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의 성장이 둔화돼 있다는 점도 한국 경제의 회복을 늦추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정지영 기자
#카드대란#글로벌 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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