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주제-시간 부족… 비엔날레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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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11월 11일까지 열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부산비엔날레에 전시된 천민정 작가의 설치 작품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 관람객이 직접 먹어볼 수 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부산비엔날레에 전시된 천민정 작가의 설치 작품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 관람객이 직접 먹어볼 수 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초코파이로 남북 평화 통일 기원요? 눈길은 가는데, 이게 왜 예술인지는 이해가 잘 안 돼요.”

8일 2018 부산비엔날레가 열린 부산현대미술관의 한 전시장. 10만 개의 초코파이로 만든 작품을 본 한 관객의 반응이다. 관객이 먹을 수 있는 작품은 영국 개념미술가 로엘로프 루가 1967년 ‘오렌지 피라미드’로, 1991년에는 미국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가 사탕을 쌓은 ‘무제’로 선보인 바 있다. 루의 ‘오렌지’는 예술의 정의에 관한 의문을, 곤살레스토레스의 사탕은 연인을 잃은 개인적 아픔을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초코파이와 ‘정’을 남북 관계로 연결짓는 것은 다소 식상해 보였다.

사실 이 작품은 이번 부산비엔날레 주제인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와 이어진다. 주제의 문구는 이솝 우화의 속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의 어순을 바꾸고 축약한 것으로 원어는 ‘흩어져도 산다’에 가깝다. 구체적으로는 냉전 이후 분단된 영토를 다룬다는 취지다. 한반도 상황은 물론이고 난민 문제 등 국제적 이슈까지 아우르려는 의도로 읽힌다.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에바 그루빙거의 ‘군중’.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에바 그루빙거의 ‘군중’.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11월 11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34개국 66개 팀의 작품 125점을 부산현대미술관과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 공개한다. 인도와 파키스탄 군사분계선을 담은 아마르 칸와르의 ‘시즌 아웃사이드’(1997년), 유럽 청년 극우파의 이중성을 다룬 헨리케 나우만의 ‘독일 통일을 애도하는 제단’(2018년) 등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분열되는 세계를 조명한 모습은 ‘상상된 경계들’을 주제로 내세운 2018 광주비엔날레와 유사했다. 두 비엔날레를 직접 본 반이정 미술평론가는 “이민 경계 탈식민주의는 10년 전부터 사회과학에서 유행한 용어”라며 “최근 비엔날레가 공적 역할을 부각하려고 사회적 이슈를 다루지만, 격년제로 자주 열리며 비슷한 주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해외 미술계에서도 지적된다. 영국 서펀타인 갤러리의 예술감독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처음엔 비엔날레가 다양성을 보여줬지만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서로 비슷해져서 문제”라며 “2년마다 새 기획자, 작품을 선정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비엔날레에도 부족한 준비 기간에 대한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당초 베니스 비엔날레는 처음부터 일종의 ‘예술 올림픽’적 성격을 띠면서 각국의 경쟁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독일의 ‘카셀 도쿠멘타’는 시대 증언이라는 새로운 현대미술의 속성을 보여줘 주목받았다. 그러나 국내 미술계의 사정을 고려하면 비엔날레 개최가 효과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예술계 인사는 “공공자금을 사용할 때 첫째는 시민에게 예술을 이해하는 기회가 주어지는지, 둘째로는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냉정하게 국내 상황을 볼 때 시민들이 볼만한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작가의 전시를 개최해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비엔날레#부산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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