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서혜림]‘시골’에서 ‘젊음’이 ‘세계’를 꿈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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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 청년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 운영
서혜림 청년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 운영
2015년 9월 충남 홍성으로 귀촌했다. 귀촌하면 당연히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농장 인턴활동도 하며 즐겁게 지냈다. 그러나 관절에 문제가 생겨 응급실 신세를 지며 농업은 내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생각보다 많은 귀촌 청년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대개 공부만 하던 세대인 데다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농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침 마음 맞는 청년 셋이 모여 농사보다 더 말도 안 되는 미디어협동조합을 차려보기로 했다. 꿈을 좇아 시골까지 와서 도시에서 했던 방식을 그대로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농촌청년들이 일하고 싶을 만한 기업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소셜벤처에 도전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고, 이후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법인 설립을 마치고, 사업의 규모를 키워가며 예비사회적기업으로도 인정받았다.

뜻밖의 문제는 고용이었다. 미디어기업의 특성상 많은 전문가가 필요한데, 지역에서 전문가를 고용한다는 것은 창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서류전형을 거쳐 막상 면접까지 가면 대부분 홍성까지 출퇴근이 어렵다며 손사래를 쳤다. 순조로웠던 창업 이후 생각지 못한 문제에 당황했다. 회의를 거듭한 끝에 청년기업답게 지역의 청년들을 전문가로 키워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운이 좋게도 충남도에서 사회적기업들에 청년도제사업을 확장해주었다. 선배 기업가들이 지역의 청년들을 고용해서 전문인력으로 양성해주고, 도제참여 청년들의 급여를 보전받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 확장과 교육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었다.

2018년 8월부터 고용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 달 조금 넘는 시간을 도제 청년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걱정과는 달리 새로운 청년들이 함께 해주니 기업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또한 절대적인 업무량이 많아 지쳐가고 있던 창업자들의 손을 덜어주어 업무효율이 향상되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도제 청년들은 우스갯소리로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며 웃는다. 알고 보면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이다. 그만큼 지역에 일하고 싶은 회사, 규모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회사를 좋아해주는 청년들과 일하면서 두 가지를 느낀다. 첫째, 현장에서 배우는 업무 습득 속도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월등히 빠르다. 두 번째, 지역에 우리 같은 기업이 더 늘어야 이런 멋진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겠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골 창고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이 된 사례가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우리 회사가 혹은 지금 우리가 함께 일하고 있는 도제 청년들이 지역에서 이런 좋은 회사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여전히 너무 작은 시골기업 운영자에겐 버거운 꿈이지만 지역에서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 준다면 이루지 못할 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혜림 청년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 운영
#귀촌#미디어협동조합#청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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