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광표]高麗 하회탈, 53년 만의 귀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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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고장, 경북 안동에선 매년 가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린다. 1997년 시작된 이 페스티벌은 성공적인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다. 2017년엔 내외국인 120만여 명이 다녀갔다. 페스티벌에서 최고 인기는 단연 하회탈춤이다. “나는 사대부의 자손일세/나는 팔대부의 자손이다/우리 할배는 문하시중을 지냈소/우리 할배는 문상시대인걸/나는 사서삼경을 다 읽었지/나는 팔서육경을 다 읽었네/아니, 팔서육경? 팔서는 어디 있고 육경은 또 뭔가?/나도 아는 육경을 아직도 모른다고?” 양반사회 풍자에 사람들은 배꼽 잡으며 통쾌해한다.

▷하회별신굿 탈놀이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고려 때부터 행해져 왔다. 고려 때 만들어져 현재까지 전해오는 하회탈은 11점. 양반 선비 할미 초랭이 백정 각시 부네 등의 얼굴을 형상화한 것이다. 하회탈은 특히 표정이 압권이다. 능청스러운 양반탈, 콧대 높고 고집 센 선비탈, 은근히 요염한 부네탈…. 캐릭터 하나하나에도 익살과 해학, 낭만과 풍자가 물씬 풍겨난다.

▷하회마을 주민들은 예부터 동사(洞舍)라고 하는 건물을 지어 하회탈을 보관했다. 그런데 1960년대 초 동사에 불이 났다. 하회탈은 무사했지만 보관 문제가 지적되었다. 급기야 1964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보관 장소를 옮겼다. 하회마을 사람들은 하회탈을 안동으로 가져오고자 여러 차례 청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관시설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16년 안동에서 하회탈 특별전이 열렸다. 이를 계기로 안동시민들의 이관 요청이 거세졌고 안동시도 나서 안동시립민속박물관에 목재문화재 전용 수장고를 마련했다. 그러자 국립중앙박물관이 하회탈 이관 요청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12월 27일 국보 121호 하회탈 11점과 병산탈 2점 등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떠나 무진동 특수차량에 실려 안동시립민속박물관에 도착했다. 53년 만의 귀향에 안동시민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박물관은 여러 준비를 거쳐 7월 초부터 하회탈을 공개할 계획이다. 올가을 탈춤페스티벌은 하회탈 진품을 보려는 사람들로 더 북적일 것 같다.

이광표 논설위원 kplee@donga.com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하회탈#하회별신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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