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TREND WATCH]씨크릿우먼, 조선의 ‘가체’에서 영감… 미의 개념을 ‘헤어웨어’로 제품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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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크릿우먼 제공
씨크릿우먼 제공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명품을 입고 거울 앞에 섰는데 뭔가 불만스럽다면 이유는 머리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빈약하고 숨죽은 머리가 스타일까지 가라앉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어웨어 패션 브랜드 ‘씨크릿우먼(SSecret Woman)’은 백화점 패션층에 입점했다. 일반적으로 가발은 잡화로 분류되지만 ‘씨크릿우먼’은 ‘머리에 입는 옷’이기 때문. 따라서 ‘씨크릿우먼’의 경쟁자는 여타 가발업체가 아니라 패션업체인 셈이다. 내가 젊고 멋진 스타일을 가지려면 신상 재킷보다 얼굴을 작고, 키는 커보이게 하면서 탄력과 볼륨을 갖춘 헤어스타일을 완성하는 헤어웨어를 먼저 사야 한다는 것.

한번도 ‘씨크릿우먼’을 접하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씨크릿우먼’을 한번 입고 떠나는 고객들은 없다는 게 매장 담당자들의 말이다. 스타일의 변화가 워낙 드라마틱한 데다, 삶이 바뀌는 경험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씨크릿우먼’의 단골 중에는 중장년의 여성 경영자나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데 ‘씨크릿우먼’으로 젊음과 활력을 얻게 되면서 일에서도 성공을 함께 얻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행운템 씨크릿우먼’이라는 애칭이 나왔다.

2001년 가발이 아닌 ‘헤어웨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씨크릿우먼’을 설립하고 럭셔리 ‘K-뷰티’ 브랜드로 키운 김영휴 대표는 조선 여성들의 패션 아이템이었던 ‘가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새로 오픈한 전주 롯데백화점 씨크릿우먼. 헤어웨어는 인간의 뇌를 감지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의 진화도 기대된다. 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새로 오픈한 전주 롯데백화점 씨크릿우먼. 헤어웨어는 인간의 뇌를 감지하는 웨어러블 디
바이스로의 진화도 기대된다. 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왜 중년 여성들이 꼬불꼬불한 파마를 고수할까요? 바로 줄어든 머리숱과 숨죽은 볼륨이 자신에 대한 자존감마저 떨어뜨리는 느낌을 숨기기 위해서랍니다. 그 만큼 머리숱과 헤어의 볼륨은 중요합니다. 역사적으로 유럽에서 과장된 가발이 유행하던 절대 왕정 동일한 시기에 조선에선 땋은 머리를 얹은 가체가 큰 인기를 얻습니다. 왕족과 상류 사회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무리해서 가체를 했어요. 영조가 가체금지령을 내렸지만 소용 없었어요. 요즘 집보다 고가의 외제차를 사거나 명품 가방을 사는 트렌드와 비슷하지요. 그래서 많은 사회학자들이 권력이 미의 기준을 만든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김 대표의 ‘헤어웨어’ 스토리는 여느 상품 설명과 많이 다르다. 즉 동서고금 인간이 풍성한 머리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빽빽한 머리숱=젊음=부와 명예=권력’이라는 생각과 함께 왕관처럼 높고 당당하게 솟은 헤어 볼륨이 아름다움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숱이 적은 머리를 보충해주는 가발과 ‘헤어웨어’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두상에 볼륨을 만드는 ‘두상 성형 보형물’이 황금비율 스타일을 만들고 여기에 자연스런 머리숱과 우수한 통풍성까지 기술력으로 해결했으니까요.”

어느 각도에서 봐도 우아한 스타일을 연출하는 두상 비율의 비밀이 숨겨진 BS(Beauty Surprise)존은 씨크릿우먼에 적용된 특허 기술이다. 씨크릿우먼은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49회 발명의 날 산업포장을 수훈하는 등 트렌드와 디자인, 이를 뒷받침하는 우수한 기술력까지 함께 개발, 이상적인 모델을 보여준다.

‘씨크릿우먼’은 지난 9월 초 전주 롯데백화점에 신규 매장을 냈다. 기존 매장이 흑백의 인테리어로 시크한 이미지를 강조한 데 반해 전주 매장은 SNS시대 셀피족을 위해 ‘사진발’ 잘 받는 핑크톤 공간으로 만들었다. 김 대표는 “우리 매장은 ‘씨크릿우먼’을 입고 달라진 모습을 통해 자존감을 되찾은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간”이라며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 들 때 언제든 방문해달라고 부탁했다.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씨크릿우먼#헤어웨어#김영휴 대표#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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