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석 “여장남자 역 능숙? 평소엔 상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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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돌아온 오드윅 오만석

오만석은 “카메라 화소가 발전해가듯 초연 때랑 비교하면 헤드윅의 분장은 갈수록 더 화려해지고 있다”며 “분장감독님이 배우들과 의견을 조율하며 매번 메이크업의 색깔과 특징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오만석의 헤드윅 공연 사진.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만석은 “카메라 화소가 발전해가듯 초연 때랑 비교하면 헤드윅의 분장은 갈수록 더 화려해지고 있다”며 “분장감독님이 배우들과 의견을 조율하며 매번 메이크업의 색깔과 특징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오만석의 헤드윅 공연 사진.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뮤지컬 ‘헤드윅’ 초연 배우 오만석(43)이 5년 만에 헤드윅 무대에 복귀했다.

트랜스젠더 로커의 삶을 그린 뮤지컬 헤드윅은 2005년 초연 당시 오만석 외에도 배우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이 헤드윅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숱한 마니아 관객을 낳아 10년 넘게 롱런하는 작품이 됐다. 오만석은 2012년에도 박건형과 함께 헤드윅을 연기했다.

5년 만에 세 번째 ‘오드윅’으로 돌아온 그는 완벽한 헤드윅으로 변신해 있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하루 한 끼 샐러드 다이어트로 폭풍 감량에 성공했고, 공연이 없는 날에도 그의 손톱에는 화려한 글리터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었다. 그리고 특유의 호탕한 모습 외에도 헤드윅의 묘한 긴장감이 언뜻언뜻 보였다. 그는 “초연 때부터 사랑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엄청 두렵기도 하고, 기분 좋은 설렘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실 오만석은 유독 ‘여장 남자’ 역할과 인연이 많았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爾)’에서 공길 역을 시작으로, 여장 남자 캐릭터 뮤지컬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헤드윅과 킹키부츠 초연에서 각각 주인공 헤드윅과 롤라로 변신했다. 그는 “운동 좋아하는 ‘상남자’인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한참을 웃었다. 그는 연극 ‘이’에서 보인 공길 캐릭터가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인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초연 당시 주인공 네 명 중 자신이 가장 배움의 속도가 느린 배우였다고 고백했다. “승우는 능수능란하게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며 이야기를 끌어갔고, 다현이는 예쁜 외모가 매력적이었어요. 용진이는 원래 록 음악을 했던 친구라 음악적으로 눈에 띄었죠. 전…, 애매한 배우였죠.”

오만석은 “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저 때문에 당시 음악감독님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울 정도였다”며 웃었다. 하지만 지금의 오만석은 노래는 물론이고 드라마를 가장 잘 전달하는 배우로 평가받는다. 2007년 내한한 원조 헤드윅 존 캐머런 미첼(뮤지컬 영화 헤드윅 연출 및 주연)이 오만석에게 ‘당신의 헤드윅을 유튜브에서 본 뒤 꼭 만나고 싶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그는 초연 때보다 달라진 또 다른 부분으로 체력을 꼽았다. 헤드윅은 인터미션 없이 2시간가량 진행된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두 발로 걷기 힘들 정도로 체력이 고갈됩니다. 숨이 차서 퇴장 후 10분 동안은 아무것도 못하죠. 스스로에게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베테랑 오만석도 설레는 순간이 있다. 헤드윅이 객석으로 다가가 관객 중 한 명의 좌석 팔걸이 위에 올라가 자동 세차를 하듯 몸을 비비는 ‘카워시’ 장면이다. 관객은 물론이고 배우도 긴장한다. 하지만 오만석은 농염하게 ‘카워시 원해?’라고 관객에게 의사를 물을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제가 넘 아줌마 같지 않나요? 매번 공연 분위기와 관객 반응이 달라요. 관객과 가장 가까이 호흡하는 장면이라 긴장되면서도 묘하게 설레죠.”

11월 5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5만5000∼9만9000원. 02-3485-8700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오만석#헤드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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