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작은 기적은 매일 일어나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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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4일 화요일 맑음. 세상의 방식.
#244 Collective Soul ‘TheWorld I Know’(1995년)

미국 5인조 록 밴드 컬렉티브 솔. 컬렉티브 솔 홈페이지
미국 5인조 록 밴드 컬렉티브 솔. 컬렉티브 솔 홈페이지
“‘낚시 같은 거 혹시 같이 다니세요?’라고? 허!”

작년 2월, 영국 밴드 스웨이드의 베이시스트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여기서 그가 비꼰 대상은 다름 아닌 나다. 국제전화 인터뷰를 하며 그에게 던진 질문이 화근이었다. ‘보컬이나 다른 멤버들과 평소에도 여가를 같이 보내나요? 이를테면 함께 낚시하러 간다든가….’ 답은 이랬다. “네? 뭐라고요? 낚시? 허허. 우린 여가는 따로 보내요. 음악 만들 때만 함께한다고요.” 인터뷰 뒤 그는 트위터에 “좀 전에 어떤 기자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하더라”며 위와 같은 글을 올렸다.

얼마 전 전화로 만난 스팅의 기타리스트 도미닉 밀러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스팅과) 음악을 함께 만들 땐 거의 텔레파시를 느낄 정도로 통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전혀 가까워지지 않아요. 그러려고 노력하지도 않고요.”

해외 밴드 멤버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멤버들 사이의 평소 관계에 대해 묻게 된다. 그들이 무대 위에서 보이는 교감과 호흡을 보면 왠지 그들이 무대 아래서도 화목한 ‘절친’일 것 같아서다. 그런 기대는 대체로 부서진다.

‘밴드 멤버들끼리 오순도순’이란 환상적 믿음은 어쩌면 내 경험에서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대학교 과 동기들과 함께한 첫 밴드의 기억. 우린 팀원이자 둘도 없는 친구들이었다. 늘 연습보다 뒤풀이가 더 길고 재미났다.

성공한 밴드들은 다르다. 처음엔 학교나 동네의 친한 친구들로 시작했지만 유명해지면서 돈, 명예, 음악적 욕심을 둘러싼 다툼으로 상처를 받고 점차 ‘스튜디오 밖에선 남남’의 관계로 변해 간다.

며칠 전 우연히 1990년대를 풍미한 미국 밴드 ‘컬렉티브 솔’의 앨범(사진)을 근 20년 만에 다시 듣게 됐다. 로큰롤의 직선적인 힘에 솔과 펑크(funk)의 요소까지 천연덕스레 섞어내는 그들의 매력적인 음악을 따라 연주하던 20대 때가 떠올랐다. 우린 연주보다 말잔치가 더 치열했다. “야, 컬렉티브 솔은 이 곡이 진리 아니냐”며 맥주잔을 부딪치던 게 생각난다.

E야, Y야, 그리고 B 형, 컬렉티브 솔은 그래도 ‘The World I Know’가 진리 아니겠어요?

유튜브의 이 곡 뮤직비디오 아래엔 “이 노래 때문에 자살하려던 생각을 접었다”는 댓글이 숱하게 달렸다. 뮤직비디오 막바지, 생을 비관해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이에게 놀라운 일이 생긴다. 작은 기적은 매일 일어나고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collective soul#영국 밴드 스웨이드컬렉티브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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