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나를 기억하는 객실-욕실… 6성급 ‘꿈의 궁전’이 몰려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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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성급 호텔 건립 붐

6성급 호텔의 차별화된 시설들. 파크하얏트서울 스위트룸의 거실(위)은 넓은 공간과 대형 조명을 갖췄다. 파크하얏트부산(가운데)의 수영장은 긴 쇼파와 천장 장식이 눈에 띈다. 파크하얏트서울의 욕실(아래)에서는 욕실에 누워 바깥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파크하얏트서울·파크하얏트부산 제공
6성급 호텔의 차별화된 시설들. 파크하얏트서울 스위트룸의 거실(위)은 넓은 공간과 대형 조명을 갖췄다. 파크하얏트부산(가운데)의 수영장은 긴 쇼파와 천장 장식이 눈에 띈다. 파크하얏트서울의 욕실(아래)에서는 욕실에 누워 바깥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파크하얏트서울·파크하얏트부산 제공
호텔 회전문을 통과하자 직원이 다가와 옅은 미소로 반긴다. 투숙객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30층 스위트룸. 다른 호텔의 스위트룸과 비교했을 때 침실은 물론 거실도 훨씬 넓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욕실이다. 전면이 유리창으로 돼 있다. 욕조에 몸을 담근 채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구름 위에서 옷을 모두 벗으니 묘한 기분이다. 이 호텔을 찾은 건 이번이 세 번째. 약간 서늘한 듯한 객실 온도가 익숙하다. 텔레비전을 켜니 평소 즐겨 보던 뉴스 채널이 나온다. 약간 크게 울리는 소리는 내가 선호하는 것. 객실 안 소품들은 모두 이전에 묵었을 때 내가 바꿔놓았던 설정 그대로다. 저녁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 안, 테이블 간 간격이 넓다. 다른 사람의 얘기 소리에 방해 받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메뉴판에 없는 요리도 주방장에게 부탁하면 언제든 먹을 수 있다.

‘나를 기억하는 객실과 욕실’, ‘일상을 벗어나 만끽하는 황제 체험’ 기존 특1급 호텔을 뛰어넘는 6성급 호텔의 모습이다. 6성급 호텔은 공식 용어는 아니다. 아무리 시설과 서비스가 좋아도 공식적으로는 ‘별 다섯 개’가 최고 등급이다. 하지만 호텔들이 기존의 호텔을 뛰어넘는 호화 시설을 갖추고 최고급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6성급’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호텔은 물론이고 해외 유명 호텔까지 잇따라 한국에 6성급 호텔을 짓겠다고 나섰다.

6성급 호텔 빠르게 성장


매슈 프라이 부사장
매슈 프라이 부사장
“호텔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남들과는 차별화된 체험을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죠. 호텔들은 그런 기대에 부응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매슈 프라이(Matthew Fry) 스타우드그룹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호텔을 뛰어넘는 6성급 호텔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스타우드그룹은 쉐라톤, W, 웨스틴 등의 호텔 브랜드를 운영한다. 스타우드그룹 내의 호텔과 리조트 중에서 최고급 브랜드 중 하나인 ‘럭셔리 컬렉션’은 6성급 호텔의 대표 주자로 여겨진다. 스타우드그룹은 이 럭셔리 컬렉션을 서울에 지을 계획이다. 프라이 부사장이 방한한 이유도 이 호텔 건립을 위한 계약 때문. 현재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옆에 지어지는 파르나스 타워 고층부에, 2016년 8월경 ‘럭셔리 컬렉션 호텔 서울’이 들어선다.

럭셔리 컬렉션은 현재 전 세계에 80여 개가 있다. 유럽의 럭셔리 컬렉션은 과거에 지어진 궁전을 더욱 호화롭게 개조한 곳이 많다. 와인산지나 골프장에 지어진 것도 있다. 럭셔리 컬렉션의 특징은 세련된 고급 시설을 지역의 전통적인 멋과 조화를 시키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에 세워진 럭셔리 컬렉션은 큰 자기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를 설치하는 등 동서양의 멋을 접목시켰다. 프라이 부사장은 “한국의 역동적이면서도 순수한 멋을 살린 새로운 럭셔리 컬렉션을 창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맞춤 서비스로 고객 사로잡아


럭셔리 컬렉션 상하이 호텔의 식당 모습. 파르나스호텔 제공
럭셔리 컬렉션 상하이 호텔의 식당 모습. 파르나스호텔 제공
현재 국내 호텔 중 6성급으로 꼽히는 곳은 파크하얏트호텔이 대표적이다. 2005년 문을 연 ‘파크하얏트서울’과 지난해 개관한 ‘파크하얏트부산’ 모두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한복판에 세워졌다. 스위트룸은 물론 일반룸의 크기가 다른 특1급 호텔에 비해 10m² 이상 크다. 넓은 시설보다 눈에 띄는 것은 고객 개개인에 철저하게 맞춘 서비스. 호텔 직원들은 고객이 어떤 습관을 지녔는지 철저하게 파악한다. 객실 온도부터 욕실의 비데 온도까지, 침대 옆에 물병을 놓는 위치까지 고객 맞춤형이다. 6성급 호텔은 호기심에 한 번 들른 고객보다는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고객들이 주를 이룬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중요한 이유다.

파크하얏트호텔과 럭셔리 컬렉션 이외에도 한국에서 6성급 호텔을 보는 것은 점점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서울 광화문에는 세계적인 최고급 호텔 브랜드 ‘포시즌스’가 25층 규모로 문을 연다. 국내 업체들도 나섰다. 현재 서울 잠실 지역에 건설 중인 ‘롯데월드타워’의 고층부 76∼101층에는 6성급 호텔이 들어선다. 이곳은 대부분의 객실이 스위트룸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부산에도 2018년까지 6성급 호텔이 4곳 들어선다.

잇따른 6성급 호텔 건립에 수요가 따라주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프라이 부사장은 “한국 관광산업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특히 중국인이 많이 찾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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