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의 거장 美 라이트 - 獨 미스의 모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천장환 경희대 교수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 펴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대표작 ‘낙수장’.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서쪽 ‘베어런’이라는 폭포 위에 아슬아슬하게 지은 주말 별장이다. 메사나 콜렉션 제공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대표작 ‘낙수장’.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서쪽 ‘베어런’이라는 폭포 위에 아슬아슬하게 지은 주말 별장이다. 메사나 콜렉션 제공
괜찮은 건축 교양서가 나왔다. 천장환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가 쓴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시공아트)이다. 프랑스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모더니즘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미국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 독일인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1886∼1969)의 삶과 건축을 소개한 책이다. 현대문화사를 쓰다시피 한 위인들인 데다 개인사가 드라마틱하고 도판 500장도 충실해 한번 잡으면 마지막 416쪽까지 단숨에 읽게 된다.

라이트는 땅에서 자라나온 듯한 ‘유기적 건축’을 지향했다. 까다로운 도면을 단숨에 막힘없이 그려내고는 “소매를 흔들어 디자인을 빼냈다”고 뻐기는 천재 건축가였다. 하지만 천재성보다 빛나는 것이 뚝심이다. 그는 주택 설계로 10년간 명성을 얻다 이후 20년 넘게 퇴물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68세에 폭포수 바위 위에 지은 ‘낙수장(fallingwater·1935년)’으로 부활해 말년에 역작 ‘구겐하임 미술관’(1956년)을 지어냈다. 라이트 편은 이렇게 끝난다. “젊다는 사실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신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다면… 관 속에 들어갈 때조차 불멸일 것이다.”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대표작인 미국 뉴욕의 시그램 빌딩(1958년). 모더니즘 건축의 정점이자 황폐한 도시 경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작품이다. 시공아트 제공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대표작인 미국 뉴욕의 시그램 빌딩(1958년). 모더니즘 건축의 정점이자 황폐한 도시 경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작품이다. 시공아트 제공
미스의 대표작은 유리와 철로 군더더기 없이 지어 올린 뉴욕의 ‘시그램 빌딩’(1958년)이다. 건축가 김중업이 청계천변에 지은 ‘삼일빌딩’(1969년)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미스를 좇아 시그램을 닮은 빌딩을 세웠다.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들은 그의 미니멀한 건축이 현대도시를 무미건조하게 망쳐놓았다며 ‘Less is Boring(단순한 것은 지루한 것이다)’이라고 비판했다. 미스의 명언이자 모더니즘의 표어처럼 쓰이는 ‘Less is More(단순할수록 좋다)’를 패러디한 문장이다. 미스 편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지 않다. 단지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