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현실은 결코 야동을 이길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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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이슈: 포르노로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야기
몸문화연구소 엮음·336쪽·2만 원·그린비

그린비 제공
그린비 제공
미국의 한 정보기술(IT)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최대 온라인 포르노 사이트 ‘엑스비디오닷컴(xvideo.com)’의 한 달 페이지뷰는 44억 건에 이른다. 뉴욕타임스의 10배다. 또 남성이 방문하는 웹사이트 순위의 상위권은 대부분 포르노 사이트가 차지한다. 그뿐인가. 스마트폰의 발달로 지하철 안에서 ‘야동’을 보거나 국회 본회의장에서 누드 사진을 보는 시대가 됐다.

이렇게 포르노가 일상화됐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포르노라는 주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길 꺼린다. 몸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현상을 연구하는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의 연구진 7명은 과감히 포르노를 학문의 광장으로 끌어냈다. 이들은 상아탑 위에서 젠 체하기보다 ‘야동의 중심에서 야동을 말하기로’ 뜻을 모았다. 진화학 영문학 철학 등 다양한 전공자로 구성된 연구진은 야동을 공유하고, 분석하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포르노를 주제로 학술대회도 열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포르노의 도덕적 당위성을 묻는 기존 연구서들과 달리 솔직하고 다채로운 분석이 돋보인다.

포르노를 진화심리학과 뇌과학으로 분석한 장대익 서울대 교수의 글이 흥미롭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남성은 종족 번식을 위해 되도록 많은 섹스 파트너를 추구하며, 포르노의 주요 소비자가 되었다. 그런데 포르노를 많이 시청한다고 해서 종족 번식의 확률이 높아지진 않는다. 장 교수는 이를 뇌의 ‘거울뉴런’으로 풀이한다. 거울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자신의 몸이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이해하게 만든다. 따라서 뇌의 관점에서는 포르노를 시청하기만 해도 그와 같은 성행위를 하는 신경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포르노에 집착하는 이유를 ‘실재를 향한 열정’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김종갑 건국대 교수는 “현실의 섹스가 디카페인 커피처럼 뭔가 2% 부족한 섹스라면 포르노는 에스프레소처럼 순도 높은 엑기스 섹스”라며 “포르노 중독자에게 최종 목적지는 섹스가 아니라 과잉 섹스, ‘더욱더’를 향한 욕망의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이 욕망의 과정이 포르노 향유를 단순 쾌락이 아니라 실재를 향한 열정의 계기로 만든다는 설명이다.

‘왜 여성은 남성만큼 포르노를 많이 보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은정 연구원은 여성이 욕망이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여성은 자연스럽게 보수적 성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런 의식이 포르노를 꺼리게 한다고 분석한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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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이슈#야동#진화심리학#실재를 향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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